2025-05-29
박재형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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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아와 기억, 사랑과 상실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젊은 시절 사랑했던 소녀를 잊지 못해, 현실과는 다른 비현실적인 도시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자신과 세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감정이 억제된 채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은 현대인의 고립된 삶을 떠올리게 하며, 그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혼란과 고독은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작품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불확실한 벽'이라는 상징이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심리적 장벽이자, 타인과 나 사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처럼 느껴졌다. 무언가를 확신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모두 각자의 벽을 마주하고 살아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그의 또 다른 대표작 『1Q84』와 마찬가지로 현실과 비현실, 자아와 타자, 사랑과 고독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현실에서 벗어나 어딘가 어긋난 세계로 들어가며, 그 안에서 자신을 되찾고 잃어버린 사랑을 추적하는 구조를 지닌다. 『1Q84』에서 주인공들은 달이 두 개인 세계에서 서로를 향해 걸어가고,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서는 ‘그녀’를 잊지 못한 주인공이 불확실한 도시의 벽 너머로 들어간다. 이처럼 두 작품은 상실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여정을 중심에 두며, ‘사랑’이라는 본질적인 감정이 인간을 어떻게 구원하는지를 보여준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으며 느낀 점은, 하루키가 점점 더 본질적인 질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1Q84』가 복잡한 플롯과 다층적인 세계를 통해 질문을 확장시켰다면, 이번 작품은 보다 정제되고 고요한 문체로 내면의 깊이에 집중한다. 도시 안에서 감정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1Q84』 속 리틀 피플과 그들의 질서처럼 불가해하면서도 위협적인 느낌을 준다.
특히 '불확실한 벽'이라는 은유는 『1Q84』의 ‘세계의 균열’과도 맞닿아 있다. 이 벽은 개인과 세계, 과거와 현재, 진실과 허구 사이를 가로막는 경계이며, 그것을 넘는 행위는 곧 자신을 직면하는 용기를 뜻한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1Q84』보다 훨씬 내면적이고 철학적이지만, 그 근저에는 같은 메시지가 흐른다. 결국 인간은 불완전하고 고독한 존재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향한 기억과 사랑이 삶을 지탱하게 한다는 점이다. 하루키의 세계는 달라진 듯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사유와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이 소설은 해답보다는 질문을 남긴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무라카미 문학의 힘이다. 주인공이 혼란 속에서도 자신만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