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30
이호준
가난한 찰리의 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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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찰리 멍거라는 인물의 지혜를 집약해놓은 책이다. 워렌 버핏의 오랜 동업자이자, 흔히 ‘버핏 뒤의 현자’로 불리는 멍거는 이 책에서 단순한 투자 기법을 넘어서, 인생과 사고방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금융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그저 투자의 교과서가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와 사고방식에 대한 안내서로 다가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멍거가 강조한 다학제적 사고(Multi-disciplinary thinking)이다. 그는 하나의 분야에만 갇히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통합해서 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금융 분야는 숫자와 데이터의 논리적 구조 안에 갇히기 쉽다. 하지만 찰리 멍거는 그 틀을 벗어나 심리학, 생물학, 역사, 문학까지 끌어들이며 보다 넓은 시야에서 세상을 이해하려 했다. 나 역시 대학 시절 경제학 전공에만 몰두했던 시절이 떠올랐고, 취업 후에는 제도와 규정에만 익숙해지면서 점점 시야가 좁아졌다는 사실을 반성하게 되었다.
또한 찰리 멍거는 인간의 심리적 편향에 대해 날카롭게 짚는다. 대표적으로 확증 편향, 보상 시스템의 왜곡, 사회적 증거 효과 등 다양한 오류들이 투자 판단뿐 아니라 일상적인 의사결정에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파한다. 이를 읽으며 나 자신도 얼마나 자주 ‘정답처럼 보이는’ 결정을 감정적으로 내리고, 이후 논리적으로 포장하려 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성공의 공식이나 빠른 부를 쫓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찰리 멍거는 평생 성실하게 배우고, 올바른 원칙에 따라 사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반복해서 말하는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들과 어울리라”는 조언은, 요즘처럼 소셜 미디어로 쉽게 연결되지만 진정한 멘토를 찾기 어려운 시대에 더욱 깊게 다가왔다.
나에게 있어 이 책은 일종의 지적 자극제였다. 금융이라는 익숙한 프레임 속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싶다는 욕구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또한 공직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인간의 본성과 사고 오류를 인식하고 경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었다.
‘가난한 찰리’라는 별명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그의 연감은 부와 명성을 넘어서, 진정한 삶의 지혜와 겸허함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읽고 끝낼 책이 아니라, 반복해서 꺼내 읽으며 삶의 이정표로 삼아야 할 책이다. 앞으로의 커리어와 인생에서 찰리 멍거의 통찰을 마음에 품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다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