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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6-23 박정환
    랭스로 되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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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형 디디에는 가족을 버린 호모일 뿐이잖아.” 제수씨가 했다는 이 한마디만큼 에리봉의 정체성을 적확하게 표현한 말은 없다. 그는 가족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발명’해야만 했다. 전통적인 노동자 집안에서 벗어나 성공한 지식인이 되고 싶었다. 실존은 본질보다 앞선다는 사르트르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의 후원은 한계가 있었다. 용을 써서 학계가 요구하는 과정을 거쳤으나 박사논문 쓸 여력은 없었다. 그래서 학술저널리스트의 길을 걸었고, 명성을 떨쳤다. 가난과 노동과 폭력과 교양없음의 상징인 랭스에서 파리로 존재 이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부인된 만큼 보존되어 있는” 자신의 계급성을 끝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런 면에서 에리봉은 부르디외 추종자였다. 청소년 시절부터 그가 모욕감을 느끼고 공포마저 느꼈던 욕설은 “호모 새끼들!”이었다. 그는 “항상적인 고발과 그것이 선고하는 저주에 영원히 굴복해야 하는 운명”에 맞섰다. 또다른 발명의 삶을 펼쳤으니, 도시로 떠난 전형적인 게이답게 새로운 관계망에서 발견한 게이의 특수문화나 하급문화를 통해 성정체성에 걸맞은 삶을 배워나갔다. 그가 왜 푸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는지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푸코가 소수자의 낙인찍힌 삶을 “배제, 이방인 지위, 부정성, 강요된 침묵, 심지어 추락과 비극성이라는 어휘”로 표현하면서 “사회적 판결의 자의성, 그 부조리”를 예리하게 밝혀내지 않았는가. 에리봉의 두 갈래로 나뉜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모욕의 산물, 수치심의 아들”이 될 법하다. 그런데 되돌아보니 <소수자의 도덕>이나 <게이 문제에 관한 성찰> 같은 성적 모욕과 수치심을 다룬 책을 써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나, 정작 사회적, 계급적 모욕과 수치를 다룬 글을 쓰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 과제를 마치려고, 아버지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그는 랭스로 돌아가 가족사를 톺아보고 자신의 성장과정을 되돌아 보며 자서전 <랭스로 되돌아가다>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이 알튀세르의 자서전처럼 정신분석적이지 않고 푸코의 저술처럼 계보학적이지 않되, 부르디외의 업적처럼 지배 구조가 재생산되는 “구조의 평행이동”을 보여주는 빼어난 사회학적 자기(가족) 성찰의 자리에 오른 이유다.
  • 2025-06-23 우경민
    서울 도시 계획 이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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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을 보면 20대 후반의 나에게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책은 부동산 투자를 위한 정보 수집이라면 모를까, 도시 계획의 역사라니 잘 와닿지 않는 책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오히려 나라는 사람을 정확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을 넘어,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가 어떻게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흔적을 담고 있다. 특히 5권에서는 특정 시기의 서울 도시 계획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이 이루어지는데, 저자의 방대한 자료 조사와 해박한 지식은 마치 내가 그 시대의 도시 계획 담당자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빽빽한 아파트 숲과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망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지금의 서울이, 과거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갈등, 그리고 크고 작은 실수 속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책 속에는 개발과 보존, 효율과 삶의 질이라는 끊임없는 딜레마 속에서 최적의 해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때로는 탁상공론에 그치는 정책이 아닌, 실제 시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이 얼마나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도시 계획이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미래를 형성하는 거대한 틀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부동산'이라고 부르며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만 여기던 서울의 건물들과 땅들이,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 그리고 꿈이 스며든 공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퇴근길, 익숙하게 지나치던 건물과 거리들이 마치 살아있는 역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단순히 서울의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의 모습은 무엇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금융이라는 좁은 시야에 갇혀 있던 나에게, 이 책은 도시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앞으로 서울의 도시 공간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은 바쁜 도시인들에게 서울이라는 도시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볼 기회를 제공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 2025-06-23 배수
    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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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책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가며 한 인간의 사상과 고뇌, 결단의 순간을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많은 이들에게 안중근은 교과서 속의 위대한 독립운동가로 알려져 있지만 김훈은 그를 신화적 인물이 아닌 피와 뼈를 가진 한 인간으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은 안중근이 어떤 생각과 감정 갈등을 품으며 역사적 결단에 이르렀지를 문학적 시선으로 추적한다. 이책은 영웅 서사를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왜 죽음을 선택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안중근은 단순한 복수자도 무모한 이상주의자도 아니다. 그는 제국주의와 폭력의 논리에 저항하며 조국의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목숨을 전딘다. 그러나 그 결단은 단순하거나 감상적이지 않다. 작가는 안중근이 죽음을 향해 걸어가며 겪는 내면의 번민과 사색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묘사한다. 암살을 위해 역으로 향하는 부분은 특히 인상깊다. 총구를 들고 걷는 그의 걸음은 단ㄷ순한 이동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이 완성되는 과정이다. 생명을 걸고 정의를 행한다는 것 그 무게는 안중근의 짧은 삶을 통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듯하다. 작가 특유의 절제된 문체와 단단한 문장들은 그 비장함을 더욱 극대화 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시대와 대면해야 하는가 작가는 그런 물음을 소리 높여 외치지 않지만 오히려 침묵과 사유속에서 더 큰 울림을 전한다. 또 단지 역사소설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선택과 책임 시대의 불의와 맞서는 개인의 용기에 대한 깊은 문학적 성찰이다. 안중근의 삶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와 이상을 말하고 있으며 작가는그 진실을 무겁거도 단호하게 그러나 아름답게 써내려갔다. 한 인물의 죽음을 넘어 그가 남긴 정신을 되새기게 만드는 이 책은 존재자체가 하나의 묵직한 증언인듯하다.
  • 2025-06-23 윤동욱
    채식주의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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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단지 식습관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소설은 개인의 내면, 사회적 억압, 육체성과 폭력,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여주인공 영혜가 어느 날 갑자기 고기를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무의식적 폭력과, 거기에 저항하거나 탈출하려는 존재의 고통이 섬세하고도 잔혹하게 담겨 있다. 소설은 총 3부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 다른 시점의 화자를 통해 영혜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1부는 남편, 2부는 형부, 3부는 언니의 시선으로 구성되며, 독자는 영혜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 점에서 소설은 매우 독특한 구조를 띤다. 영혜는 작품 내내 거의 말을 하지 않으며, 그녀의 변화는 오로지 주변 인물들의 불안, 분노, 혐오, 집착을 통해 드러난다. 바로 이 ‘부재하는 주체’로서의 영혜는, 역설적으로 독자에게 가장 강한 존재감을 남긴다. 영혜가 채식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꿈을 꾸었어요”라는 말과 함께 그녀는 더 이상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이 단순한 결정은 가족과 사회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고, 결국 그녀를 정신병원으로 몰고 간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그녀가 고기를 거부한 것이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폭력성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임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몸속에 고기, 즉 죽음을 먹고 자란 피와 살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고, 결국엔 ‘식물’이 되고자 한다. 이는 신체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 존재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이며, 동시에 비인간화된 세계에 대한 가장 극단적이고 순수한 저항이다. 이 작품이 충격적인 이유는, 이러한 영혜의 고통을 주변 인물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녀를 끊임없이 통제하고 소유하려 한다는 점이다. 남편은 자신의 ‘평범하고 무난한’ 삶을 깨뜨렸다는 이유로 그녀를 혐오하고, 형부는 그녀의 육체에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집착하며, 언니는 끝내 영혜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특히 2부에서 형부가 영혜의 몸에 꽃을 그려 넣고 성적으로 욕망하는 장면은, 여성의 신체가 사회와 남성에 의해 어떻게 대상화되고 폭력적으로 사용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영혜의 몸은 그녀 자신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욕망 속에서 조각난다. 한강의 문장은 차갑고 절제되어 있으며,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가슴을 서서히 죄어온다. 그녀는 과장 없이, 그러나 잔혹할 만큼 사실적인 언어로 인간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비춘다. 특히 정신병원 장면에서는 ‘정상’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폭력이 자행되는지를 고발하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가치 기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 영혜는 진정 미친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미친 것인가? 채식주의자를 읽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는 책이다. 그 불편함과 침묵, 서늘한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독자의 마음속에 남아 질문을 던진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한 개인의 선택이 얼마나 쉽게 폭력으로 억압될 수 있는지, 그리고 사회가 만들어낸 ‘정상성’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고통이 감춰져 있는 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영혜가 식물이 되기를 원했던 이유는, 아마도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세상이 너무 아팠고,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억압, 그리고 침묵을 날카롭게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채식이라는 단순한 설정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통으로 뻗어나갈 줄은 예상치 못했다.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방법을 택했고, 그 결과 이 책은 문학의 힘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예시가 되었다.
  • 2025-06-23 김지선
    초역 부처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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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를 통해 종종 법륜 스님으 말씀을 들으면서 저의 세상에 조금 더 다른 방향의 시선을 갖을 수 있었기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 책의 글을 읽어 보면 확연히 부처 혹은 부처의 말을 전하는 사람이 할 법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처의 말을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다면 조금 더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자기개발서 등과 같이 좋은 글이지만 과연 현실에 그대로 대입과 적용이 가능할지 생각해보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바라지 않는다'에서 읽어볼 수 있는 이야기는 대체로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뜻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결국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빚더미에 앉아 현실이 괴로운 사람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욕심은 커녕 작은 욕심조차 부리는 일 없이 평범히 사람답게 삶을 살고 싶었을 뿐인데도 빚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것인 대부분 많은 사람들의 일상일 것입니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부처의 메세지는 감정 관리와 마음의 평온을 찾는 데 도움을 주며, 삶의 관점을 바꾸는데도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욕망은 고통이다"라는 구절은 끝없는 욕망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으라는 교훈을 줍니다. 또한 "지금 여기에 있는 극히 평범한 물건과 사람에 만족하라:는 메세지는 현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여 감사하는 마음을 키우게 합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단순히 철학적인 깨달음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 지혜로 작용합니다. 이 책은 종교적 경계를 초월하여 누구나 쉽게 읽고 적용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부처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책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마음의 평온과 삶의 방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저와 같은 현대인의 삶에 자기 성찰, 감정 조절, 그리고 행복 추구에 있어 강력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삶의 고단함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싶은 모든 순간 이 책이 떠오르길 바랍니다.
  • 2025-06-23 정원욱
    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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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은 겉보기에는 일곱 번의 결혼을 한 전설적인 배우의 스캔들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랑과 정체성, 진실을 둘러싼 깊은 고뇌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에블린은 성공을 위해 때로는 거짓을 선택하고, 사랑을 숨기며 살아야 했던 복합적인 인물이다.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한 이는 여성이었고, 이는 그녀가 평생 감춰야 했던 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백은 한 편의 자극적인 회고록이 아니라, 사회의 편견과 차별 속에서 진짜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다가온다. 또한 에블린이 회고록을 맡길 상대로 무명의 기자 모니크를 선택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독자는 이 이야기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임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사랑의 형태를 규정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용기와 타인의 인생을 경청하는 태도의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단지 화려한 배우의 삶이 아닌, 인간의 복잡하고도 숭고한 내면을 그린 이야기다. 에블린의 삶은 단순한 영화배우의 성공담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과 자신이 원하는 삶 사이에서 끝없이 줄다리기해야 했던 여정이었다. 그녀는 때로는 잔인했고, 때로는 슬펐으며, 무엇보다 현실적이었다.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쉽게 판단했던 타인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에블린은 결코 완벽하지 않았지만, 진실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싸웠고,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살아냈다. 그 점에서 이 소설은 위선 없이 인간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권할 만하다. 그녀의 고백은 단순한 회한이나 자기 변명이 아니다. 삶을 솔직하게 마주한 이의 용기 있는 기록이며, 우리가 얼마나 자주 편견과 오해로 타인을 재단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결국,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로 남는다.
  • 2025-06-23 박정희
    옛 그림으로 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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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이 건국 되고 한양에 도읍이 정해진 이래로 '사람은 태어나면 한양으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다. 망아지는 말의 고장인 제주도에서 길러야 하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 공부를 하게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오죽하면 8년 간의 유배 생활을 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절대 한양 사대문 안을 떠나지 말라는 편지를 썼다고 하니, 우리의 삶에서 서울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요즘은 사는 지역이 어디든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다고 하나 서울과 지방은 학력이나 의료 수준 등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지방에서 태어난 나는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가야한다는 속담에 충실하게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여 서울 생활을 시작한지 40년이 넘었다. 나는 한강을 따라 펼쳐진 시가지 전경과 광화문 근처의 궁궐 등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도심, 각 권역 별로 형성된 독특한 문화 시설 등을 누릴 수 있는 서울을 좋아한다. "옛 그림으로 본 서울"이라는 책을 선택한 것도 내가 좋아하는 서울의 과거를 그림으로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서 이다. 이 책은 수록 작품 125점, 수록 화가 41명, 원고지 약 2천매 , 집필 기간 20년 동안 서울을 그린 거의 모든 옛 그림을 집대성한 최초의 저작이라고 한다. 실로 아름답고 대단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한 권의 책으로 과거의 서울로 여행할 수 있게 해 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용산을 중심으로 살펴보니 과거의 생활 상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기도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대규모 개발로 인하여 사라져버린 한강의 저자도, 압구정 등 아름다운 풍광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옛 서울의 모습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서울의 옛 기억을 되살리고자 노력했다고 기술했듯이, 사라져버린 풍광을 되살릴 수는 없겠지만 개발과 보존이라는 갈림길에서 서울의 아름다운 풍광을 후손들이 계속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2025-06-23 김경란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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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한 탐험』은 인류의 기원부터 현대 문명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다룬 대중 인문서이다. 단순히 과거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떤 우연이 작용했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책은 크게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이라는 네 가지 큰 흐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지혁명’이었다. 하라리는 인간이 허구를 믿고 공유하는 능력 덕분에 수많은 타인과 협력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신화, 종교, 국가, 기업 등 우리가 믿는 많은 것들이 실체가 아닌 ‘집단적 상상’의 결과라는 점은 충격적이었다. 이는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능력이며, 우리가 만든 이야기가 역사를 이끌어왔다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또한 농업혁명을 인류의 진보가 아닌 ‘함정’으로 보는 시각도 신선했다. 일반적으로 농경은 문명의 출발로 평가되지만, 하라리는 오히려 인간이 더 고된 노동을 하게 되고, 식단이 제한되며, 불평등이 시작된 계기로 본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역사적 전개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유도하며, ‘발전’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책 후반부에서는 자본주의와 과학혁명이 어떻게 인간을 새로운 단계로 이끌었는지를 다루는데,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파괴적이었는지 또한 강조된다. 그리고 앞으로 인류가 생명 자체를 재설계하는 ‘호모 데우스(신이 된 인간)’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경고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질문을 던진다. 『사피엔스』는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면서도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우리가 믿는 가치와 제도가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보다도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선택이라는 점을 깊이 깨달았다. 단순한 역사책이 아닌, 인류 전체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긴 책으로,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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