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6
이소효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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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한 심리학 도서를 넘어, 나라는 존재가 ‘의식적인 나’가 아니라 ‘무의식적 나’에 의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되고 움직이는지를 밝힌다. ‘나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왜 이직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망설이는 걸까’, ‘왜 어떤 조직에서는 숨이 막히고, 어떤 순간에는 도약을 감행하게 되는 걸까’라는 질문 앞에, 이 책은 하나의 명쾌한 관점을 던져주었다. 바로, 나의 모든 선택이 내 무의식의 ‘설계’였다는 사실이다.
펀드 운용이라는 직업은 철저한 이성과 수치로 무장되어 있지만, 때로는 숫자보다 더 복잡한 조직 내 관계, 직무 배치, 그리고 경력의 방향성이 내 심리를 압도한다. 특히 지금의 나처럼 이직을 준비하거나, 강의·논문·사외이사라는 새로운 경로를 모색하는 시점에서, 이 책은 내가 나를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책에서 강조하는 ‘무의식의 자동화 시스템’은 내가 어떤 환경에 노출될 때 더 몰입하고, 어떤 조직 안에서는 자존감이 무너지는지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나는 그동안 논리와 타당성으로 경로를 설계해왔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내 무의식이 선호하는 방식—예컨대,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지속가능한 설계와 공적 기여’—에 따라 방향이 정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무의식은 반복을 통해 나를 강화한다”는 구절은, 내가 계속해서 제도 설계 실패, 공공부담 전가, 사회화된 리스크라는 주제를 붙드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단순히 구조의 문제로 접근했던 나의 논문 주제가 사실은 내 무의식이 추구하는 ‘사회적 정의’의 반영일 수 있음을 느꼈다.
또한 이 책은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중요한 통찰을 준다. 나를 힘들게 했던 조직 내 역할 왜곡이나, 운용역이면서 운용지원을 맡게 된 아이러니, 그로 인한 분노와 피로감도 결국 내 안의 ‘내면화된 패턴’이 반복된 결과일 수 있다. 즉,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소외당할 수 있는 자리’를 수용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구조를 개선하려는 위치’에 서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깨달음은 단순한 자기이해를 넘어, 앞으로 어떤 조직, 어떤 일에 나를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통찰로 이어졌다.
지금 나는 다시 한번 나를 ‘설계’하고 있는 중이다. 이직, 논문, 강의, 자격증, 그리고 긴 호흡의 커리어 전환까지. 이 모든 여정은 결국 내가 나를 어떤 인간으로 ‘디자인’하고 싶은가에 달려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내가 내 무의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고, 그 위에 커리어와 삶을 설계해 나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는 철학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