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2
신승희
언니네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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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 독서 후기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자주 예술을, 특히 그림을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일까? 이진민 작가의 『언니네 미술관』은 그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미술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서도, 예술가 전기의 모음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삶의 언저리에서, 특히 여성의 시선과 경험을 중심에 두고 그림을 통해 사유하는 조용한 산책이다. 작가는 ‘언니’라는 따뜻한 화자로 등장해, 독자와 함께 그림 한 점 한 점을 들여다보며 우리 안에 숨어 있는 감정과 기억을 조명한다.
책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 ‘다시 바라볼 것들’에서는 ‘근육’, ‘마녀’, ‘거울’ 같은 단어들을 통해 기존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여성의 몸과 정체성을 새롭게 조명한다. 두 번째 장 ‘크게 바라볼 것들’에서는 ‘슬픔’, ‘서투름’, ‘사소함’ 같은 감정들이 중심이 된다. 작가는 고전 명화를 예로 들면서, 명화 속 인물들에 삶의 단면을 포개어 우리가 억누르고 숨기려 했던 감정들(슬픔, 주저함, 모호함) 속에도 따뜻함과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 장 ‘함께 바라볼 것들’에서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앞과 뒤’, ‘나와 너’ 같은 키워드를 통해 공존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단지 그림을 보는 곳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유 따르는 여인》처럼 사소한 장면 속에서 삶의 온기를 읽어내는 작가의 감각이 인상 깊었다. ‘우유’라는 평범한 사물 하나에서 삶의 따뜻함을 길어 올리는 장면에서는, 작가의 시선과 언어가 얼마나 섬세하고 사려 깊은 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림을 보는 눈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법을 조용히 일러준다. 작가 소개에서 '세상이 좀 더 다정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배운 건 남을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하는.', '세상에 해가 되지 않는 글과 생각을 내놓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자신의 목표를 얘기하고 있는데, 지난 달에 읽은 『모든 단어에는 이야이가 있다』나 『언니네 미술관』이 바로 그러한 책이었다.『언니네 미술관』은 누군가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그 안의 서사를 들을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준다. 다 읽고 나니 나도 이진민 작가처럼 세상에 해가 되지 않는, 세상이 좀 더 다정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언니'가 되어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