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8
최철규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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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의 『모순』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사는 게 참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는 역설적인 생각이었다. 주인공 안진진은 젊은 나이에 이미 결혼과 이혼을 겪고, 다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늘 스스로를 괴롭히는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행복인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균형은 무엇인가. 책 속의 진진은 때로는 솔직하고, 때로는 모순적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딱 지금 내 나이대, 사회생활 몇 년 차에 접어든 나 자신과 많이 겹쳐 보였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 몇 년 동안은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성과를 내야 했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데 30대 초반이 되니 문득 "이게 다인가?"라는 회의가 찾아온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선택한 직장, 반복되는 업무와 인간관계 속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종종 헷갈린다. 『모순』 속 진진이 사랑과 삶의 가치 사이에서 흔들리듯, 나 역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늘 모순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은 진진이 이혼 후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장면이었다. 흔히 실패라 여길 수도 있는 사건을 그녀는 오히려 자기 인생의 또 다른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그 담담한 태도가 부럽기도 했다. 나 역시 크고 작은 실패를 겪지만, 그때마다 "끝났다"는 생각에 빠져 허우적대곤 한다. 하지만 진진을 보며 깨달았다. 실패는 삶을 무너뜨리는 사건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으로 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것을.
또 하나 와닿았던 것은 가족과의 관계였다. 진진은 부모와의 거리감, 언니와의 갈등 속에서 늘 복잡한 감정을 안고 산다. 그 모습이 현실적이었다. 나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부모님과의 대화가 줄고, 서로 다른 가치관 때문에 충돌하기도 한다. 가까우면서도 멀고, 사랑하면서도 불편한 가족의 모순적인 관계가 참 공감됐다.
책을 덮고 나니, 결국 『모순』이 말하는 건 "인생은 모순 그 자체"라는 사실 같았다. 완벽하게 일관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모순을 안고 살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 애쓴다. 직장에서는 인정받고 싶으면서도 자유를 원하고, 사랑받고 싶으면서도 혼자가 편할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을 굳이 정리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를 이 책은 준다.
30대 초반의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때때로 모순된 선택을 한다. 하지만 『모순』을 읽고 나니 그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임을 알게 됐다. 중요한 건 그 모순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일, 그리고 언젠가 뒤돌아봤을 때 "그래도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에게 『모순』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조용히 일러주는 거울 같은 책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