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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02 박상호
    환율의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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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국제 금융 시장과 환율의 흐름에 관심이 있는 독자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환율의 상승과 하락을 예측하려는 차원을 넘어서, 왜 환율이 변화하는 지를 거시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그 흐름의 배경에 어떤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맥락이 존재하는 지를 상세히 설명해준다. 저자는 환율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세계 패권의 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달러 패권의 역사와 그에 대한 도전자로 부상하는 위안화, 유로화, 그리고 비트코인 등 대체 통화의 가능성까지 다각도로 살펴보며, 우리가 지금 어떤 거대한 전환의 시대에 놓여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저자는 미국의 달러 패권이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 지를 설명하고, 금태환의 붕괴 이후에도 달러가 어떻게 중심 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해왔는 지를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환율은 국가의 힘을 반영한다’는 명제다. 우리는 종종 환율을 경제적인 지표로만 바라보지만, 저자는 환율이 외교, 군사, 무역 등 복합적인 힘의 결과임을 주장한다. 미국이 세계 금융 시스템의 중심을 장악하고 달러를 무기화함으로써, 국제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는 대목은 국제 정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준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이 양적 완화를 통해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달러 패권’이라는 지위가 있었음을 강조하며, 달러의 위상 변화가 곧 세계 질서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책 후반부에서는 향후 환율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도 제안한다. 미국의 재정 적자,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 암호화폐의 부상, 일본과 유럽의 통화 정책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글로벌 환율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 21세기의 패권 다툼에서 ‘통화 전쟁’이 새로운 형태의 국제 경쟁임을 강조한 부분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또한, 개인 투자자와 일반 독자가 환율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도 포함되어 있어 실용적이다. 단순히 투자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국가의 통화가 가진 힘과 그 리스크를 이해함으로써 글로벌 경제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현실적인 울림을 준다. 이 책을 읽으며 환율은 더 이상 뉴스 속 경제 지표 중 하나가 아니라,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임을 실감했다. 통화 가치의 변화는 수출입 기업, 금융시장뿐 아니라 개인의 자산 가치에도 직결된다. 특히 한국처럼 외부 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환율의 흐름을 읽는 것이 곧 미래를 대비하는 일이 된다고 느꼈다. 『환율의 대전환』은 단순한 환율 이론서가 아니라, 세계 질서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정치, 경제, 외교, 금융이 맞물리는 복잡한 퍼즐 속에서 환율은 중심 키워드이며, 이를 읽고 이해하는 것은 세계를 읽는 일과 다름없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단지 금융에 관심 있는 사람만이 아닌, 세상의 구조와 미래에 관심 있는 누구에게라도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2025-07-02 함병찬
    모든 것은 예측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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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통계학의 베이즈 정리를 기반으로 쓰여진 책이다. 베이즈 정리는 18세기 영국의 아마추어 수학자 토머스 베이즈에 의한 정리로,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사건의 확률을 예측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하나의 기준이다. 이 정리는 오늘날 스팸 필터에서 법률 시스템, 의료 진단, 뇌과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저자는 일상의 친숙한 예시와 함께 베이즈 정리의 개념과 논쟁점, 철학적 의미 등을 기술한다. 이 중 몇 가지 인상깊은 부분을 남겨보면 다음과 같다. ㅇ베이즈 정리를 보편적 원리로 바라보는 관점: 인간은 베이즈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꽤 높은 수준에서 봤을 때 그렇다. 우리는 베이즈 정리의 공식을 정확히 계산하는 데는 영 서툴지만, 일상에서 이런저런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면 이상적인 베이즈 추론에 따라 결정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의견 일치에 이르는 건 아니다. 두 사람이 사전에 가진 믿음이 크게 다르다면, 똑같은 증거를 접하고도 서로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기후변화, 백신 등 증거가 충분해 보이는 현안을 놓고도 사람에 따라서는 진심으로 완전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ㅇ예측을 공개한 다는 것에 대하여: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이 있다. 예측가들은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다. 자신의 예측을 공개적으로 기록하고, 그중 몇 개가 실현되는지, 60퍼센트 확률로 예측한 것이 실제로 60퍼센트의 빈도로 실현되는지 등을 따져본다. 그러지 않으면 틀린 예측은 잊고 맞은 예측만 기억하기 쉽다. 스토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옳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자기가 가진 믿음이 틀렸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자기에게 틀린 믿음이 있다면 털어버리고 싶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옳고 싶다는 욕구는 두 가지 상반된 행동을 낳을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남들에게 강요할 수도 있고, 틀린 생각을 버릴 수도 있다.” 스토리는 이렇게 설명을 이어간다. “내 예측을 공개하면, 내가 가진 정보가 옳아야 할 인센티브가 생긴다. 모든 사람이 내 예측에 동의하도록 강요할 방법은 없다. 나는 특정한 예측을 했고, 예측을 기록했으며, 확신하는 정도까지 기록했다. 만천하에 공개했으니, 이제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 (그 예측이 빗나갔다면) 내가 옳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 의견을 바꾸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예측이고, 흥미로운 것은 예측오차다. 강하게 믿고 있고 정밀한 사전확률이 세상에서 얻은 정밀한 정보와 모순될 때는 사후확률이 대폭 바뀌어야 한다. 그때 믿음을 어느 정도 바꾸어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이 바로 베이즈 정리다
  • 2025-07-02 이윤규
    행동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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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는 경제학의 오랜 믿음에 균열을 낸 리처드 탈러의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현실 세계의 인간 행동을 얼마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기존 경제학 이론의 허점을 파헤치고, 심리학적 통찰을 경제 분석에 접목하여 인간의 비합리적인 선택과 행동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탈러의 주장에 깊이 빠져들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손실 회피 개념이었다. 사람들은 이익을 얻는 것보다 손실을 보는 것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는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금액이라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잃었을 때의 슬픔이 더 크게 느껴지는 현상은 우리의 일상 속 투자, 소비 등 다양한 선택 상황에서 목격된다. 이러한 인간 심리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경제 주체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더 나아가 정책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또한, 현재 편향 역시 우리의 의사 결정을 왜곡하는 주요 요인임을 깨달았다. 미래의 보상보다 당장의 만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불리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의 귀찮음 때문에 미루거나,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재의 소비를 줄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바로 현재 편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책은 이처럼 인간의 심리적 특성이 경제적 의사 결정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들을 흥미로운 실험 결과와 현실 세계의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넛지와 같은 개념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교정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강압적인 규제 대신,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사람들의 선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다가왔다. 행동경제학을 읽으면서 경제학이 단순히 숫자의 학문이 아니라,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 세계를 설명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학문임을 깨달았다.인간적인 경제학, 즉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행동경제학의 관점은 앞으로 경제학 연구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 기업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딱딱한 경제 이론서가 아니라, 인간 행동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독자들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경제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졌으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합리적인 행동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합리성의 재고를 통해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더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행동경제학이 기여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 2025-07-02 김성화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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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의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인간의 기억, 죄책감,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기억을 잃은 피해자’와 그 주변 인물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며, 단순히 ‘누가 범인인가’를 밝히는 것을 넘어서 ‘사람이 기억 속에서 죄를 어떻게 마주하는가’라는 심리적,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줄거리의 중심에는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은 남자가 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인물이었는지도 모르는 채, 자신이 누군가의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병원에서 깨어난 이후,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자신이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하나씩 추적해 나간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인물의 심리 속 깊은 불안과 혼란을 함께 겪는다. 히가시노는 특유의 정교한 구성과 인물 묘사를 통해, 독자들이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그 과정을 몰입감 있게 따라가게 만든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기억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파고든다는 점이다. 기억이 사라졌다는 설정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주인공의 정체성 자체를 흔들고, 독자로 하여금 ‘기억이 없다면 죄책감도 없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윤리적 물음을 던지게 만든다. 기억이 사라졌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과연 기억을 되찾는 것이 언제나 정답인가에 대한 고민도 남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인간 내면의 어두운 측면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주변 인물들—가족, 친구, 연인—각자의 시점에서 조각처럼 흩어진 과거의 단서들을 전하며, 독자는 점점 ‘진짜 그가 누구인지’ ‘어떤 일을 했는지’를 알아가게 된다. 이러한 다층적인 서술 방식은 독자에게 단순히 결말의 반전을 즐기기보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성을 곱씹게 만든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도 마음 한구석에 묵직한 무언가가 남는다. 우리는 자신의 과거를 모두 기억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기억이란 주관적이고 불완전하다. 그렇다면 진실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믿고 싶은 것이 곧 진실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만든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전통적인 추리소설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뜻밖의 감정적 파장을 남기는 작품이다. 그것은 단순한 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정체성과 도덕성에까지 질문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인지, 그 이유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 2025-07-02 김상진
    소년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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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의 아픈 기억을 담담하고 침착하게 담아냈다. 차분하고 담백한 문체는 당시 급박하고 비참했을 상황과 대조되어 당시의 비극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차분한 것이 아니고 고통과 충격에 눌린 무거움일 수도 있겠다. 그날의 기억을 악몽처럼 지니고, 시체처럼 죽음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동호는 정대와 시위대를 구경 갔다가 무자비한 군인들과 총알 앞에 쓰러지는 군중을 마주한다. 군인의 총에 쓰러진 정대를 본 것 같은 기억과 그에 대한 묘한 부채 의식에 동호는 정대의 시신을 찾기 위해 상무관에 갔다가 시민들과 함께 군청을 지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은숙과 선주를 만나고 진수를 만나게 된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그로 인해 이들은 죽음과 고문을 받아 각자의 무거운 삶을 지게 된다. 정대의 혼은 죽은 몸 옆을 지키며 죽음 이후의 순간을 경험한다. 군인들은 계속해서 시신을 가져오고, 아무렇게나 쌓아 놓는다. 인간으로서 존엄했어야 하는 사람들이 죽음의 순간도 비참했고 시신도 쓰레기 소각장에 던져지는 폐기물 덩어리처럼 대접 받는다. 시신이 불타서 자유롭게 된 정대의 혼은 동호를 찾아 가려고 하지만 그 순간 동호의 죽음을 느끼게 된다. 은숙은 군청을 빠져나와 목숨은 건졌으나 그 날의 기억을 짐으로 지고 살아 간다. 출판사에서 일하다 수배자에 대한 조사로 불려가 뺨을 세차게 맞고 돌아온다. 일곱 개의 뺨을 하루 하나씩 잊고자 하지만 그날의 기억처럼 마음대로 지워지지 않는다. 출판을 하려던 서 선생의 책은 검열을 받아 대부분의 내용이 지워지지만, 서 선생은 같은 내용으로 연극에 올린다. 검열로 지워진 부분은 배우들이 입만 움직이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방법으로. 독재 정권의 검열 아래 우리 사회는 목소리를 잃었다. 죽은 자들을 제대로 장례하지 못해 남은 자들의 삶이 장래가 되었다. 동호의 이름도 부르지 못하면서. 진수는 총기를 소지하고 끝까지 저항했기 때문에 더 가혹한 수감 생활을 하게 된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대접도 받지 못하며 먹을 것을 놓고 눈치보고 잠과 싸우며 성적 수치심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고통 받는다. 트라우마로 인해 술과 수면제 없이는 생활이 힘들게 되고, 힘겹게 버티다 결국 삶을 등진다. 선주는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을 부탁받는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을 입으로 내뱉을 수조차 없다. 성희는 선주에게 자신을 지키는 일로 남은 인생을 흘려보내지 말라고 하지만 선주의 고통은 쉽사리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잔혹한 고문의 상처로 가정을 이룰 수도, 평범한 삶을 살 수도 없다. 끔찍한 경험 속에 신의 사랑은커녕 죄를 사한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성희 언니는 나와 달라. 언니는 신도 믿고 인간도 믿으니까. 난 한번도 언니에게 설득되지 않았어. 오직 사랑으로 우릴 지켜본다는 존재를 믿을 수 없었어. 주기도문조차 끝까지 소리 내 읽을 수 없었어. 내가 그들의 죄를 사한 것같이 아버지가 내 죄를 사할 거라니. 난 아무것도 사하지 않고 사함 받지 않아.” 동호 어머니의 독백을 통해 남겨진 가족들의 응어리진 한이 느껴진다. 자식 셋을 키우던 소소한 일들을 추억처럼 이야기 하고 있지만 막내의 부재로 인해 그 이야기는 빛 바랜 사진 같고, 숨을 멎게 만든다. 사랑으로 키운 자식을 상상도 할 수 없는 황당한 사건으로, 그것도 국가의 권력에게 잃은 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는가. 결국 전두환과 군부 독재에 대한 분노로 마음이 이끌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악을 악으로 갚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이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주장하고, 그 와중에 극단적이고 공감능력 없는 사람들이 끼어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섣불리 누군가를 용서하라고 말할 수 있는가? 선주의 독백을 보며 용서의 무거움에 대해 생각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값싼 동정과 위로가 얼마나 부끄러운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 2025-07-01 류진오
    딸아 돈 공부 절대 미루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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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연 작가의 『딸아 돈 공부 절대 미루지 마라』는 자녀, 특히 딸에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것을 넘어 인생 전반에 걸친 지혜를 전달하고자 하는 부모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서적이다. 이 책은 단순히 돈을 버는 기술이나 투자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돈에 대한 건강한 태도와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본 부자들이 돈을 허투루 쓰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베푸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부의 의미를 설명한다 . 이는 돈이 단순히 축적의 대상이 아니라, 관계와 나눔의 도구로 활용될 때 더욱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돈을 통해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베푸는 삶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부분이 인상 깊다. 책은 돈 공부라는 큰 틀 안에 인생의 다양한 측면, 예를 들어 현명한 소비 습관, 저축의 중요성, 그리고 자기 계발을 통한 가치 창출 등 삶의 지혜를 아우르고 있다. 돈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 더 나은 삶과 행복을 위한 수단임을 명확히 보여주며, 독자들이 재정적 안정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춘다. 수단이란 것을 이해하면서도 스스로 노예가 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돈에 대한 시각이 나는 어떻게 변해왔는지 반성하며 작가의 구구절절 맞는 이야기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돈에 대한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며,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준비를 독려하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 . 궁극적으로 『딸아 돈 공부 절대 미루지 마라』는 돈을 매개로 한 삶의 철학을 제시하며, 독자들이 재정적 자유를 넘어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따뜻하고 실용적인 조언을 담고 있는 책이다. 특히 자녀에게 경제 교육을 시작하려는 부모나, 스스로 재정적 독립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유치원을 다니고 있는 딸이 소설 정도 거뜬히 읽을 수 있을 때 다시, 같이 읽어보길 기대하면서 지난 생각들을 다시 되짚고 토론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2025-07-01 박기욱
    침묵의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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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이 발행된다. 이름만으로도 서점의 베스트셀러가 되는 작가. 우리 출판시장에 큰 영향력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에는 무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다. 책에 절로 손이 간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책을 읽었고 소설의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해준 작가다. 워낙 다작을 하시는 분으로 명작도 많고 졸작도 다소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괜찮은 작품이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요즘의 히가시노의 책은 믿고 보는 소설은 아니다. 최근 ‘가가 형사 시리즈’ 신작도 실망이 컷다. 이번 ‘침묵의 퍼레이드’도 기대감으로 책을 잡지만,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시리즈의 큰 틀과 명맥을 퇴색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함께 한다. 책을 읽은 후 아쉽게도 영화나 방송 제작용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많은 장면이 식당이라는 한정적 공간에서 몇몇 인물들의 대화로 전개되는 것이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퍼레이드라는 화려한 이벤트 속에 트릭이 있었던 점 등등, 전체적인 느낌이 작위적으로 영화로 만들기 위해 쓴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당연히 소설적 흥미와 재미는 다소 떨어졌다. 더구나 작가 특유의 촘촘한 짜임세나 거대한 퍼즐을 맞춰간다는 느낌도 다소 느슨했다. 내가 알던 갈릴레오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가장 큰 아쉬움은 이야기의 마지막즈음 내가 지금 탐정 갈렐리오를 보는 것인지 가가형사를 보고 있는지 잠시 착각도 되었다. 죄송하지만, 잘 팔리는 작가임에는 분명하나 재미있는 책은 아니라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 소감이다. 23년 살인용의자 하스누마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고 시간이 흘러 또사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이번에도 정황상 하스누마가의문을범인으로 추정되지만 또 다시 풀려나고 만다. 풀어갈수록 점점 의심스러운 사람이 많아진다. 반전도 준비되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책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비채와 현대문학 또는 알에치코리아 출판사를 통해 나오고 있는 반면에 갈릴레오 시리즈는 정말 천천히 나오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10권까지 나온 상태이다.
  • 2025-07-01 박상운
    비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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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근이라는 책은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초기 시절 쓴 소설로 다른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은 편이다. 초등학교 비상근 기간제 교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소설은 6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에 2개의 추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이야기는 주인공이 임시 부임한 학교 체육관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현장에 한자로 6 곱하기 3이라는 표시가 남겨지는데 그 의미를 찾는 내용이 주된 줄거리이다. 결과적으로 그 표시는 범인의 일본식 이름을 한자로 음절을 나누어 쓴 것이며 이는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이해가 어려울 것 같다. 두번째 이야기의 제목은 64분의 1인데 아이들이 프로 야구 경기에서 이긴 팀을 맞추는 도박과 관련한 이야기로 살인이 아닌 금품 도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64분의 1은 이기는 팀을 모두 맞추는 확률을 의미한다. 도박을 관리하는 아이가 그 돈을 갈취 당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교실에서 돈을 도난 당했다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세번째 이야기는 주인공이 맡은 반의 이전 담임 선생님에 대한 죽음에 대한 내용으로 짧지 않은 수학 수식이 나온다. 아이들의 마음을 얻고 싶은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번지점프를 하게 되고 줄을 묶었던 신발이 벗겨짐으로써 결국 사고를 당하는 내용이다. 교실에서 밖으로 번지 점프가 가능한 지 테스트를 하기 위해 자신의 몸무게와 같도록 쌀포대나 아령 등 물품의 무게를 계산한 식이 이야기의 제목이다. 네번째 이야기는 몰래 하는 콘테스트라는 의미의 몰콘이 제목인데, 아이들끼리 엽서로 비호감 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다섯번째 이야기인 무토타토도 첫번째 이야기와 비슷하게 일본어 표기를 가로로 쓰느냐 세로로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서 사건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 내용이고 마지막 신의 물 또한 고양이의 일본어 표기와 관련한 에피소드로 길냥이를 돌보는 아이들과 이를 싫어해서 고양이에게 해를 끼칠 목적으로 물에 독을 타는 비정한 어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여섯가지 이야기가 죽음이나 도난사건 등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다 읽은 후에 생각하니 이 책의 주인공을 감안하면 비상근이라는 제목이 어울리는데 비정근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쓴 이유가 궁금해졌다. 책 표지에 나오는 비정근의 한자 표기를 보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데 감정없이 일하는 비상근 교사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을 한마디로 표현한 지극히 객관적인 제목인 것 같다. 이 책은 작가의 다른 소설과 비교해서 사건의 내용이 복잡하지 않고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어 누구에게도 부담없이 추천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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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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