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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4 권성진
    이방인(세계문학전집266)(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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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매우 독특하고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소설이다.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조차 슬픔을 느끼지 않은 채, 세상과 타인, 모든 감정에서 일정한 거리와 무관심을 유지한다. 그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아무런 저항이나 의문 없이 받아들이며, 어떤 사건에도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런 뫼르소의 모습은 일반적인 도덕적 가치나 사회적 관념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독자에게 큰 충격을 주며 동시에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장례식을 치룬 다음 날 그는 해수욕장에 가고, 마리와 우연히 만나 사랑을 나눈다. 그 후 이웃 레이몽과 가까워지고, 우연히 권총을 얻게 된 뒤 바닷가에서 아랍인을 살해하게 된다. 특별한 의도나 감정 없이 저질러진 이 살인은, 결국 뫼르소를 재판정에 서게 만들고, 그의 무심함과 태도는 법정과 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는다. 재판 과정에서 뫼르소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변호하지 않으며, 오히려 세상의 부조리함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묵묵히 맞서고 있다. 검사는 그의 어머니 장례식에서의 냉담한 태도와 살인사건을 엮어 비도덕적인 인간이라고 몰아붙이고, 뫼르소는 이러한 납득할 수 없는 논리에 무기력하게 대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뫼르소의 삐뚤어진 무관심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의미’, ‘가치’, ‘도덕’의 탈을 벗겨낸다는 것이다. 그는 타인과의 관계, 사랑, 일, 결혼조차도 아무런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결혼을 제안하는 마리에게 “그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하거나, 친구가 되자고 제안하는 레이몽에게 “아무러면 어떠냐”고 무심하게 동의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런 뫼르소의 태도는 ‘삶의 부조리’와 ‘존재의 무의미함’이라는 카뮈의 철학을 그대로 투영한다. 뫼르소가 신부와의 면담을 거부하고, 자신을 위로하려는 모든 시도를 저항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철학적 중심이다. “우리는 모두 다 죽을 운명”이라며, 뫼르소는 세계와 인간의 본질을 바라본다. 사회의 입장에서 그는 ‘이방인’이지만, 오히려 가장 진실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의 관습을 따르지 않고, 실존적 고독과 삶의 부조리함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낯설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방인은 단순한 범죄 소설이 아니다. 생의 의미, 인간 존재, 죽음과 부조리함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는 ‘실존주의적 탐구’이자, 지금까지도 수많은 독자와 작가에게 영향을 끼친 고전 명작이다. 처음엔 쉽고 짧게 읽히지만, 읽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생각이 이어지는, 깊고 독창적 사고의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세계의 무관심 앞에서, 뫼르소처럼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응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한 자유와 존재의 본질을 마주하는 방법임을 깨닫게 한다
  • 2025-08-14 문준호
    AI 사피엔스 -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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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사피엔스’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욱 진화한 ‘포노 사피엔스’가 AI라는 신무기를 장착하고 ‘AI 사피엔스’로 진화해 어떻게 신문명의 표준을 만들고 있는지 포착했다. ‘AI 사피엔스’의 저자는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부총장이다. 최 부총장은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이라는 인류의 문명사적 변화 속에서 삶과 비즈니스의 미래를 탐색하는 공학자다.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과 공학의 융합, 인문학, 동물행동학, 심리학과 공학의 융합 등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권위자이다.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 부총장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강연을 2500회 이상 해왔으며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거의 모든 기업과 산업군에서 섭외 0순위로 꼽히는 융합 전문가이자 비즈니스 모델 디자이너다. 이 책은 파트 1 ‘디지털 문명을 넘어 AI로 달려가는 인류’, 파트 2 ‘디지털 신대륙의 주인공 AI 사피엔스의 세계관’ 등 총 6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17p, 시작하며 포노 사피엔스, 메타 세상을 만들고 AI 시대를 열다’에서 “오래 사는 인류는 오래 일해야 한다. 그러려면 언뜻 나와 관련 없어 보이는 AI 시대에 대해 근본적 변화 요인을 이해하고, 인류의 문명사적 변화 관점에서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한다”며 “우리가 스마트폰의 부작용을 그렇게 비판했지만 결국은 스마트폰 기반의 문명이 새로운 인류의 표준으로 정착하고 말았다. AI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89p, 생성형 AI 생태계 보유 국가는 미국, 중국, 한국뿐’에서는 “최근 데이터 주권에 이어 ‘AI 주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러고 보면 우리가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국민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고유의 플랫폼이 없다면 AI도 없고, AI가 없으면 미래도 암울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플랫폼을 다시 봐야 한다”고 적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AI를 어떻게 쓰라는 이야기가 아닌 산업별·분야별로 AI 태풍의 진로를 예측하고, 반 발짝 먼저 가서 비즈니스의 길목을 선점하는 구체적인 인사이트를 담았다. 또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설계과정, 가상의 라면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자세히 설명했다. 그 외에도 각 산업계 최고 기업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종횡으로 훑고 있다. 향후 5년 내 뜨고 질 업종이 무엇일지, 어디에 투자하고 무엇을 공부할지 등 혼란한 시기에 떠오르는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이 책에 대해 “AI,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은 제대로 알기도 어렵고, 그런 기술을 이용한 사업 모델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며 “저자는 국내외 다양한 사례를 활용해 기술 트렌드를 일반인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정리했다. 최신 기술 동향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고 말했다.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포노 사피엔스’의 문명을 조망해준 최재붕 교수가 이번에는 AI 시대에 사피엔스가 나아갈 길을 비춰주고 있다”며 “산업혁명을 넘어서는 문명의 거대한 전환기에 놓인 사피엔스, 기회와 위기의 땅으로 항해를 떠날 이들에게 ‘AI 사피엔스’가 나침반이 돼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 2025-08-14 양근영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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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모스는 책이름 그대로 우주에 관한 이야기에 국한되는 단순한 과학서가 아니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우주의 광활함을 성찰 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동시에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여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코스모스라는 단어 자체가 질서와 조화를 의미하듯 칼 세이건은 혼돈스럽게 느껴지는 우주 속에서 숨겨진 아름다운 질서를 독자에게 보여준다. 빅뱅에서 시작해서 태양계의 탄생, 생명의 진화, 그리고 인류 문명의 발전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거대한 서사로 풀어내고 있다. 특히 칼 세이건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우주관으로부터, 갈릴레오 갈릴레이, 케플러, 뉴턴과 같은 근대 과학자들의 혁신적인 발견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엮어내고 있다. 칼 세이건은 과학사를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인류의 지적 투쟁과 영감의 역사를 그려낸다. 과학적 진리가 어떻게 쌓여 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편견이 발생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지 알려준다. 특히 칼 세이건이 말하는 인류애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우리 인류 스스로가 한번 쯤 생각해 봐야 할 화두라는 생각이 든다. 우주에서 보건대 창백한 아주 작은 푸른 점에 불과한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의존하는 공동체라는 메세지는 큰 깊이와 감동을 준다.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칼 세이건의 견해는 일부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근거없이 낙관적이라는 생각을 들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 곳곳에서 서술하고 있는 과학적 근거와 방법론에 대한 통찰은 증거와 이성을 바탕으로 진실에 근접해가려는 저자의 태도를 읽을 수 있어 그의 낙관적 견해에 공감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우주선을 타고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행성의 탄생과 죽음을 목격하고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경이로운 미래를 확신하게 되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우주라는 인류의 미개척지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과 영감을 일으키고 이를 인류라는 지구 행성에 살고 있는 종족에 대한 미래까지 연결시킨 말 그대로 한번은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는 생각을 한다.
  • 2025-08-13 도현호
    죽은자의 블랙박스를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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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앱이나 CCTV를 떠올리게 하는 일률적인 “안전”의 감시가 이제는 인간의 뇌 안까지 파고든다. 『죽은 자의 블랙박스를 요청합니다』는 전 국민의 뇌에 블랙박스가 이식되는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스펜스 소설입니다. 정부는 급증하는 고독사와 의문사를 막기 위해 뇌과학연구소 ‘더 블랙’과 손잡고 2050년부터 ‘휴먼 블랙박스 프로젝트’를 시행합니다. 이로써 사망자의 시각 기록을 통해 사건 수사가 가능해지며, 미제 사건은 줄어들고 사람들은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현장에서 블랙박스(사망자의 마지막 영상)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평소라면 순식간에 확보되었을 영상이 사라지자, ‘별난 경찰’ 큰별은 직감적으로 이상함을 느낍니다. 그러던 중 블랙박스 기술을 운영하는 ‘더 블랙’ 본사에서도 또 다른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큰별은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과거의 인연, ‘작가 지망생’ 은하와 공조하게 됩니다. 은하는 ‘죽이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야망을 안고 있으며, 이번 사건이 글감이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하지만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수록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고 거대한 음모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지점은 단순한 SF적 장치와 매끄러운 추리의 결합을 넘어 현대 사회가 품고 있는 ‘감시’와 ‘기술’의 윤리적 한계를 날카롭게 성찰한다는 점입니다. 독자들은 책 속 블랙박스가 단순한 수단을 넘어 ‘감시의 연장’으로 작동하는 미래 사회에 자신을 투영하게 됩니다. 작가는 “과도한 상상도 있고, 있을법한 설정도 버무려지며... 속도감 있는 전개”라는 장진 감독의 평가처럼, 현실과 상상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또한, 작품 후기나 리뷰를 통해 알 수 있듯, 탄탄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일부 독자들은 인물의 감정 변화나 서사가 다소 얕게 느껴진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서스펜스보다는 장치 중심으로 흘렀다는 평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리뷰어는 “캐릭터가 일차원적이고 문장은 상투적”이라는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 2025-08-13 김성호
    그림의 힘(프레더릭 레이턴 리커버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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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의 힘] 그림은 말이 아니라 느낌으로 다가선다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안의 새로운 변화 Work 빈센트 반 고호 / 밤의 카페 테라스 : 오늘 하루도 수고한 당신을 위한 테라스 구스타브 카유보트 / 창가의 남자 :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자유. 하던 일로부터 한발짝 벗어나 있는 한박자 멈춰선 느낌 에두아르 마네 / 비눗방울 부는 소년 :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생각, 너무 잘하려는 강박관념이 우리를 힘들게 할때도 있습니다 장 조푸루아 / 교실 공부하는 아이들 : 남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압도적인 풍경 자체가 의욕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후고 짐베르크 / 부상당한 천사 : 낙심한 사람은 부상당한 천사와 자기를 동일시하게 되고, 이는 곧 효과적인 치유의 일환이 됩니다. 천사가 혼자 내벼려진 것이 아니라 힘없는 어린아이들까지 돕겠다고 나선 상황도 은연중에 위안으로 작용합니다 Relationship 오퀴스트 르누아르 /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 무도회에서 행복해하는 사람들과 합체되어 공감대를 이룹니다. 이것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우리의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이 그림의 비밀이라고 하겠습니다 전기 / 매화초옥도 : 이 그림은 질투로 인한 영혼의 괴로움을 내려놓게 해줍니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뭉크 / 태양 : 미워하는 사람이 있을때 내면의 화를 조절하고 미움의 악순환을 멈춤 Money 히에로니무스 보슈 / 죽음과 구두쇠 : 돈에 너무 집착하고 시달리는 우리를 어느 구두쇠의 미래로 데려가는 유령의 역할을 하며,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줍니다 애벗그레이브스 / 종잣돈 : 이 그림은 처음의 설렘이 담겨 있습니다. 젊은 두 사람이 함께 저축해 모은 돈을 찾는 순간입니다 디에고 리베라 / 꽃노점상 : 화려하고 강한 칼라에 시선을 먼저 빼앗기고 말았지만 여기 꽃더미를 짊어진 여인에게도 눈을 돌려보세요.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이더라도 모든 일에는 노동의 고충이 숨어 있습니다. 남들은 겉만 보고 부럽다 좋겠다를 연발하지만 정작 자신은 온갖 부담과 걱정거리에 짓눌리는 순간이 있지 않나요 그럴 때의 외로움을 묵묵히 달래주는 그림입니다. 네가 힘든 것 다알고 있다고 말하면서요 Time 피터르 브뤼헐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 불확실한 바다와 가깝고 확실한 땅을 대비시키며, 내가 발 디딘 현실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마음을 일깨워줍니다 알베르트 비어슈타트 / 하구에서 : 시간에 쫒기는 모습을 그림에서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음이 굉장히 편해집니다 Myself 카스파르 프리드리히 / 해변의 암초 : 네게 일어나는 일들은 네 책임이 아니야. 네가 의도하지 않아도 우주와 세월이 모두 함께 움직이고 있어 로버트 리드 / 서머 걸 : 많은 젊은이가 이 그림에 마음을 놓는 이유는 어리고 미숙하지만 당당한 삶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확신감에 자기도 모르게 영향받기 때문일 것입니다 클로드 모네 / 우리 집 뜰의 카미유와 아이 : 있는 그대로의 나로도 좋다는 넉넉한 시선
  • 2025-08-13 윤성희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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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순. 우리의 삶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해주는 단어가 있을까. 양귀자 작가의 소설은 읽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고등학교 때 수험서를 통해 조각난 텍스트로 읽었던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을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완벽한 책 한 권으로 다 읽었었다. 인간의 속물근성을 이토록 세련되고, 담담하게 표현했던 작가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읽은 ‘모순’도 너무 좋았다.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주인공 안진진에 공감하며 읽었다. 한편으로 가난, 처절함, 환멸, 우울, 삶에 대한 방관 등 인생의 모든 씁쓸함을 골고루 맛 본 사람만이 이 책에 온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소설은 25살 안진진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안진진은 소설의 제목 그대로 태어난 순간부터 모순을 겪는다. 참 진(眞) 두 개가 만든 좋은 이름 앞에 부정어 ‘안’이 붙는 아이러니. 진진의 어머니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쌍둥이로 태어났다. 이름 빼고 모든 것이 똑같은 진진의 이모와 어머니는 결혼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간다. 진진의 이모는 잘 나가는 건축가와 결혼해 남부러울 것 없는, 그러나 지독히도 ‘평탄한’ 삶을 살아가고, 진진의 엄마는 술만 먹으면 미쳐버리는 아빠를 만나 고생뿐인 삶을 살아간다. 진진의 아빠는 수 년 전에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고, 진진의 동생 진모는 조폭 흉내를 내다가 살인미수로 감옥에 들어간다. 굴곡진 삶을 사는 진진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냉소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러나 진진은 가정폭력범인 아버지를 은연중에 이해하고 있고, 자신을 더 지독한 가난으로 밀어 넣을 장우와 사랑에 빠진다. 이해 타산적이면서도 낭만을 동경하는 모순, 작중 표현대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랑을 시작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워하게 된다는, 인간이란 존재의 한없는 모순...’을 작품 내내 볼 수 있다. 진진의 이모는 작품 결말에 이르러 자살한다. 자신의 쌍둥이 언니였던 진진의 엄마가 산전수전을 겪으며 고통 받는 삶과는 달리 평탄했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녀가 자살을 택한 이유는 외롭고 무료했기 때문이다. 안정을 얻었지만 낭만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모의 자살을 목격한 진진은 낭만을 택했을까? 자신이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가슴 아픈 장우와의 결혼을 택했을까? 결코 아니다. 오히려 모든 삶을 계획하고, 단조롭지만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인 영석과의 결혼을 택한다. 분명 틀에 박힌 삶에 불행할 미래가 그려지는데도 진진은 영석을 택한다. 진진의 선택을 비난할 수 없었다. 이 소설은 결혼을 사업이라고 말하는 진진을 나무랄 수 없게 만든다. 그녀의 삶의 굴곡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한 불행으로 채워진 그녀의 삶을 통해 나는 그녀가 연신 보여주는 모순적인 선택을 비난할 수 없게 된다... 돌이켜보면, 내 삶도 커다란 모순덩어리였다. 무엇이 옳은지 뻔히 아는데 옳지 못한 선택을 한 적이 많았다. 타인을 깎아내리면서 나의 자존감을 채우려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비난했던 타인의 결함은 모두 내가 지닌 것이었다. 이미 닳고 닳아 내 삶이 모순으로 얼룩졌는데 타인의 모순을 비난할 수 있을까. 각자의 인생의 양감(量感)이 다 다르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당연한 말을, 너무나 당연해서 우리가 잊고 사는 인생의 진리를 정제된 문장으로 깨우쳐주는 사람이 작가라고 생각한다. 가슴에 와 닿는 문장들이 많아서 적어본다. 한편으로는 많은 좋은 문장들을 어색함 없이 한 권의 소설에 다 녹여낸 양귀자 작가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십대란 나이는 무언가에 사로잡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시간대다.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하나씩은 필히 사로잡힐 수 있어야 인생의 부피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철이 들면 더욱 착하게 굴어야 할 텐데, 나는 그렇지가 못했다. 나이가 들면서 가만히 주위를 살펴보니, 내가 아는 착한 애들은 모두 바보였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 거대한 불행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훨씬 견디기 쉽다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생애에 되풀이 나타나는 불행들은 모두 그런 방식으로 어머니에게 극복되었다.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세상의 모든 잊을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뒤에 남겨져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과거를 버릴 수 없는 것인지도. -인간을 보고 배운다는 것은 언제라도 흥미가 있는 일이었다. 인간만큼 다양한 변주를 허락하는 주제가 또 어디 있으랴. -남김없이 다 솔직해버리면 사랑이 누추해지니까. 사랑은 솔직함을 원하지 않으니까. -인생은 짧다고,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고. 이 책을 읽으며 당신들이 보였던 모순을 곱씹어봤으면 한다.
  • 2025-08-13 송점현
    이제야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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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울림으로 데뷔한 김창완은 록 밴드의 리더이자 연기자, 수많은 청취자와 매일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라디오 DJ로 활동하며 한국 대중문화에 가장 독보적인 자취를 남겼다. 데뷔 48주년을 맞이한 지금 ‘동그라미 아저씨’, ‘Z세대의 추구미’라 불리며, 수많은 사람에게 ‘닮고 싶은 어른’으로 손꼽힌다. 이제야 보이네는 삶을 다시 발견하는 김창완의 말처럼, 이 책에는 흘러간 세월의 모든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응원이담겨 있다. 밥벌이하고, 미워하고, 그리워하고, 지지고 볶는 누구나 공감할 일상을 담은 책의 글들은 삶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소중한 기억과 감정들을 다시 우리 앞으로 불러온다. 그렇게 그의 진솔한 이야기는 성공과 행복을 위해 내달리느라 조급하기만한 우리의 마음을 꾸밈없이 툭, 어루만지는 위로와 응원을 전해준다. 가장 사소한 것에서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김창완의 뿌리가 되어준 이야기들 30년이 된 글을 저자가 다시 선보이는 까닭은, 일흔이 되어서도 삶은 여전히 ‘이제야 보이는’ 순간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이 되는 ‘이제야 보이네’는 지금껏 깨닫지 못했던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을 때 터져 나오는, 삶의 모든 순간을 향한 찬사다. 취업을 걱정하던 청춘 시절, 30년 가까이 병상에 누워 계시던 아버지와 산울림의 막내를 잃은 상실과 이별의 아픔을 지나온 이가 말한다. “이제야 보이네”라고. 흘러가 버린 삶 속에 가족·친구·이웃과의 애틋함과 그리움이 싹트고,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했던 추억 속에는 미래를 향한 호기심과 꿈이 숨어 있었으니 “삶이 들려주는 대답은 그 의미가 단 한 번으로 완결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가수로 데뷔한 후 48년 동안 ‘노래를 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자신의 노래가 들린다’는 고백, 일상과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그의 내밀한 목소리는 삶이 선사하는 무한한 기적 같은 순간이 있음을 일깨운다. 사전 서평단 또한 ‘삶에 용기를 더해주는 글’, ‘살아갈 힘을 얻었다’, ‘따뜻한 포용력이 담긴 인생 선배의 책’ 등의 후기를 보내며, 인생 책으로 손꼽았다. 과장도 미화도 없이, 덤덤하게 삶을 담아내는 노랫말,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풍경과 마음가짐을 기록한 오프닝 멘트에서 많은 사람이 큰 위로와 감동을 받았던 것처럼, 이번 이제야 보이네에 담긴 그의 아주 개인적인 기록 또한 우리의 마음을 서정적으로 어루만질 것이다.
  • 2025-08-13 김지선
    너를 미워할 시간에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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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윤서진 작가가 쓴 자기 계발서로,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인간관계와 소통 관련 코칭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인간관계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갈등의 원인을 탐구하며, 타인을 미워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관계에서 자신의 기준과 경계를 세우고 이를 상대방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책이다. ​인간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고 하니 읽지 않을 수 없다. 인간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적인 노력으로 유지된다. 서로 주고받는 것이 관계의 기본이다. 신뢰는 시간이 쌓여야 형성되며,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기보다 관계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 좋은 사람 되려다 쉬운 사람 되지 마라. 모두를 만족 시키려는 태도는 결국 자신을 소모하게 만든다. 무례한 사람에게 단호하게 경계를 설정하고, 나만 애쓰는 관계를 끝내야 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경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타인의 무례함은 그들의 불안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숨겨둔 분노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건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타인을 미워하는 대신 자신을 사랑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반복되는 갈등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타인의 언어로 자신을 정의하지 마라. 나에게서 찾아야 하고 내 생각과 언어로 자신을 정의해 보자. 혼자서도 괜찮아질 때 좋은 관계가 찾아온다. 자기 돌봄으로 괜찮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삶의 과정에서 상처를 통해 성장한다. 죄책감을 건강하게 다루고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해야 한다. 경쟁자는 오직 자기 자신이며,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경쟁하는 것은 자신의 성장을 늦출 뿐이다. 자신에게 가장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것이 모든 관계의 시작이다. 자신에게 친절하고 자신을 돌보는 것이 먼저다. 누구나 인간관계를 힘들어한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지만 그중에서 제일 힘든 것이 인간관계인 것 같다. 사소한 일 때문에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별것 아닌 일 때문에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사람의 마음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돌아가 보기를 권하고 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해 보라고 한다. 나의 체형을 알아야 딱 맞는 옷을 사고, 나의 취향과 성격을 알아야 잘 맞는 사람을 고르는 눈도 생긴다고 한다.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고 한다. 노력해도 안되는 사람과는 과감하게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길지는 않지만 50여 년을 살아보니 저자의 말에 격하게 공감이 간다.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을 아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다. 사회생활, 인간관계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충분히 도움 받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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