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주인공 나희는 스무 살아며, 대학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고 싶어 종합병원 매점의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종합병원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이면서 장례식장이라고 하는 외면하고 싶은, 하지만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장소를 배경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은 야간, 그 중 보통 때라면 손님 한 명 찾기 힘든 새벽 두 시의 병원 매점에 어느 순간부터 수상한 손님들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한다. 그들은 모두 그림자가 없었다. 장례식장이라는 장소적 배경에 맞는 떠나지 못하는 자들이다. 그림자가 없는 그들은 가게 앞에 나타나 두서없이 자신의 주문을 늘어놓는데, 그들의 주문에 맞출 수 있는 것들은 매점에는 없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해 질 녘부터 찾아오는 매점 손님들을 외면할 수 없었고, 그들의 부탁들 거절하지 못하면서 타인의 삶과 죽음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관여하면서 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금씩 대면하게 되면서, 손님들의 주문에는 모두 전하지 못한 마음들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인공은 가게에 발을 들일 수 없는 사람들, 혹은 이미 떠났어야 할 이들이 남긴 기묘한 주문을 처리하는 동안,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 감정의 실체와도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의 마지막 바람을 대신 전하는 동안, 주인공은 자신의 지난날로부터 어떻게 다시 나아가게 될지 깨닫게 된다. 즉 주인공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손님들을 애도하고 돌봄, 회복과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등장인물들 사이의 오해를 플고, 이해와 공감으로 나아가려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고, 살아가는 이유와 방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은 죽은 자들이 떠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동시에 남겨진 사람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주문을 처리해 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제대로 슬퍼할 틈도 없이 하루를 버텨내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여유를 갖고 삶과 자신의 마음을 관조할 시간을 가질 것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