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30
송용철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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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연구자로서 살아가며 늘 현실적인 업무에 매몰되어 있던 내게 우주라는 거대한 시각이 필요했다. 국유재산과 공유재산 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작은 땅 한 필지, 한 건물의 활용방안을 고민하는 일상 속에서 때로는 더 큰 관점이 필요함을 느꼈다. 도시계획과 지리정보공학을 전공한 배경으로 공간에 대한 이해는 있지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내가 다루는 지구상의 공간을 우주라는 무한한 맥락에서 재조명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했다. 50대 초반이라는 인생의 성숙한 시점에서 과학적 사고와 철학적 성찰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책으로 코스모스를 선택했다.
1장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는 우주의 광대함과 인간 존재의 특별함을 다룬다. 140억 년의 우주 역사를 시작으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이야기를 통해 지식 탐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장 "우주 생명의 푸가"에서는 우주 어디에나 존재하는 기본 물질들과 생명 진화의 과정을 설명하며, 우주에서 생명 탄생의 필연성을 논한다. 3장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는 케플러의 삶과 업적을 중심으로 천체 운동의 법칙을 다루며, 과학적 발견의 과정을 보여준다. 4장부터 10장까지는 금성, 화성 등 행성 탐사, 별들의 생성과 소멸, 시공간 여행 등 우주의 다양한 현상들을 과학적 근거와 함께 흥미롭게 풀어낸다. 마지막 13장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에서는 인류의 책임과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장 깊이 기억에 남는 부분은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연설문이다.
"저 점을 다시 보십시오. 저 점이 우리가 있는 이곳입니다. 저 곳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사람,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바로 저 작은 점 위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체제,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교사, 모든 타락한 정치인,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 인간 역사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이 모두 바로 태양빛에 걸려있는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또한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졌다(We are made of star stuff)"라는 표현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류는 대폭발의 아득히 먼 후손이다. 우리는 코스모스에서 나왔다. 그리고 코스모스를 알고자, 코스모스를 변화시키고자 태어난 존재이다"라는 구절은 인간 존재의 우주적 의미를 일깨워 주었다.
공기업에서 국유재산과 공유재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연구자로서, 코스모스의 관점은 나의 업무에 새로운 차원을 제공한다. 첫째, 거시적 관점의 확립이다. 한 필지의 토지나 한 건물의 활용을 계획할 때, 이것이 지구라는 '창백한 푸른 점' 위의 소중한 자원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지리정보공학 전공 배경을 살려 위성영상과 공간정보 기술을 활용한 재산관리 시스템 구축 시,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 자원의 유한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관리방안을 모색하겠다. 둘째, 과학적 접근법의 강화이다. 세이건이 강조한 "과학은 지식의 집합을 뛰어넘는 하나의 사고방식"이라는 말처럼, 재산관리 정책 수립 시 객관적 데이터와 과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체계를 더욱 발전시키겠다. 셋째, 융복합적 사고의 적용이다. 도시계획학 박사와 지리정보공학 석사, 행정학사의 다학제적 배경을 코스모스적 관점과 결합하여, 국토 공간을 우주적 맥락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연구 방향을 개척하고자 한다. 특히 우주항공정보 기술을 공유재산 관리에 접목하는 연구를 추진해보겠다. 마지막으로,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이다. 세이건이 마지막 장에서 강조한 "우리는 종으로서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현실에 적용하여, 국유재산 관리 시 단기적 효율성보다는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활용방안을 우선 고려하는 정책 연구를 수행하겠다.
코스모스는 단순히 우주에 관한 책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과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통합적 세계관을 제시하는 책이었다. 연구자로서 남은 연구 인생을 코스모스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작은 업무 하나하나가 우주적 맥락 속에서 갖는 의미를 되새기며 더욱 의미 있는 연구를 수행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