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단어인 콘클라베!
이 책에서도 계속 언급이 되지만, 전세계 추기경들이 모여 로마의 주교인 교황을 뽑는 선거인 콘클라베는 실제로는 추기경들의 피정과 같다. 물론 교황청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장을 뽑는 선거이기에 작품에서 처럼 치열한 선거전략도 존재하고, 유력후보들의 전력도 언론에 실시간으로 보도되기는 하지만, 20세기부터 21세기의 1/4를 지난 지금까지 언론에서 다룬 유력후보중에 교황이 된 경우는 전무하다. 비오12세부터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눈물의 방'에 들어가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성직자들이 그 방에 들어갔다.
단테의 신곡에서 '연옥'부분에 납으로 된 옷을 입고 무거운 걸음을 걷는 망자들의 발걸음을 연상케 하는 교황의 자리.
보수적인 교황, 진보적인 교황, 어느 쪽이든 전통주의자들과 개혁을 원하는 자들에게 끊임없는 공격을 받으며 전세계 가톨릭계를 이끌어야 하는 자리. 이 작품에서는 누구보다 그 자리를 잘 아는 추기경들이 그럼에도 그 자리에 가고싶어 연연한다. 추기경 단장인 로말리 추기경까지 마지막에는 잠시 그 자리를 상상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 자리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던 의외의 인물에게 갔다. 그리고 '눈물의 방'에서 자신의 비밀을 당당히 밝히고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서 전세계 신자들과 매스컴에 등장한다.
콘클라베는 공식적으로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이 작품도 작가의 상상력이 상당히 작용했지만, 등장인물들은 현재 실존하는 성직자들 상당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더욱 몰입이 잘 됐던 듯 하다.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은 처음 접했는데, 문장도 간결 명료하며 스토리 전개 또한 억지스럽지 않게 연결되어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호기심이 인다.
신성한 콘클라베 속 인간적인 암투와 긴장감을 엿보는 소설 교황 선출이라는 신성한 과정을 배경으로, 인간적인 욕망과 치열한 암투가 펼쳐지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읽는 동안 추기경들의 미묘한 긴장감과 내면의 갈등을 따라가며, 종교적 신념과 현실 정치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배경 지식이 없어도 몰입하기 좋았고, 영화로 먼저 접했거나 교황 선출 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원하는 독자에게 특히 소장 가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