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선자 인생의 가장 중요한 사람은 경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임신한 채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일본에 갔을 때 경희가 없었더라면 선자가 김치 장사, 사탕 장사 등을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두 아들을 출산했을 때도 고구마 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살았을 때도 선자의 삶에는 항상 경희가 함께였다. 경희는 참 현명한 여자였다. 꿈이 있는 여자였고, 생활력이 강한 여자였다. 창수가 경희를 좋아하게 된 것도 무척 이해가 됐다. 선자에게 경희가 없었더라면, 경희에게 선자가 없었더라면 안 그래도 힘든 여자의 삶이 몇 배로 더 힘들어졌을 것 같다.
책의 제목이 파친코인 이유는 2부를 끝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일본에서 한국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몇 가지 되지 않았는데 그 중 한 가지가 파친코이다. 모자수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여 결국 그만두고 파친코에서 일을 하면서부터 이 소설에서 본격적으로 파친코가 등장한다. 모자수는 일을 매우 잘 하는 직원이 되었다. 다른 직원들처럼 파친코의 돈을 도둑질하거나 나쁜 짓을 하지 않고 맡은 일을 충실히 열심히 해냈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도 관리자로 승진하고 승승장구하여 결국은 파친코를 직접 운영하면서 막대한 부를 쌓았다. 노아도 가족을 버리고 떠나 일자리를 구했는데 그곳도 역시 파친코였다. 모자수가 하는 일과는 다른 사무직 직원이었지만 어쨌든 파친코는 파친코이다 .모자수와 유미의 아들 솔로몬은 성공한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풍족하게 지내고 질 좋은 교육을 받고 미국으로 유학도 갔다. 유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와 은행에 취업을 했다. 은행에는 솔로몬과 같은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일본인이 많이 있었고 선배를 믿고 따랐다. 선배의 어려운 일을 아버지의 지인을 통해 일을 도와주었다. 솔로몬이 도와준 일에 예기치 않은 사건이 터지자 (사실 사건도 아니다)
이걸 핑계로 솔로몬을 해고시킨다. (일본인들의 일 처리 방식이 참 별로다...) 결국 솔로몬은 아버지의 파친코에서 일하며 파친코를 물려받는다. 결국 이렇게 파친코는 선자의 후손들의 생활 터전이 된다. 결국 파친코를 통해 삶을 이어간다.
그래서 제목이 파친코인 것 같다.
-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보통 소설을 읽으면 등장인물 누군가에게 (대부분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어느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을 하지 않게 되었다. 독자와 등장인물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완벽하게 유지시키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였다. 노아는 자살까지 해야 했을까? 노아는 일본에 사는 외국인이 아니라 그냥 일본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일본인 여자와 결혼을 하고 결국 일본 여권을 가지게 되었다. 한수가 친부라는 사실이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수의 선자에 대한 사랑은 진짜 사랑일까? 2부에서도 한수의 선자에 대한 관심과 지지는 계속된다. 진짜 사랑일까? 집착일까? 한수와 선자 사이에 '아들' 노아가 있기 때문일까? 자기 사람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한수의 설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선자가 낳은 아이가 딸이었다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