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과 인간다움에 대한 고찰
어렸을 적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자녀가 다친 상황에 자녀와 닮은 <AI>를 입양하여 자녀대신 키우다, 자녀가 극적으로 돌아오자 그 <AI>를 버리게 되고 그 ai가 겪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였다.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는 그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울림을 주었다. 본인이 인간인 줄 알았다가 아빠가 만들어낸 ai, 호문쿨루스라는 점을 알게 되었을 때 주인공이 느낀 감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인간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은 단순한 슬픔, 좌절이 아니라, 인간보다 더 고차원적인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이 아닌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별인사라는 제목은 내가 인간인줄 알았던 과거, 내가 아빠라고 생각했던 사람, 그리고 내가 얽매였던 호문쿨루스라는 정체성과의 작별인사를 의미한다. 그럼과 동시에 철이는 조금 더 기계에 가까운 "달마"와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 "선이" 사이에서 끊임없이 인간다움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다.
"우주는 생명을 만들고 생명은 의식을 창조하고 의식은 영속하는 거야. 그걸 믿어야 해. 그래야 다음 생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는 거야.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작중 인간의 모습을 잃지 않았던 최후의 인간, 선이의 말이다. 하지만 작중 기계를 대표하며, 인간의 멸종을 바라는 "달마"도 모두의 의식을 네트워크 상에 업로드하여 완전한 하나가 되어 영속하는 것을 꿈꾼다. 명백히 대척점에 서있는 마지막 인간 "선이"와 인간의 종말을 바라던 "달마"의 바라는 이상향이 어느 정도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 부분, 선이는 인간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동물들을 돌보다가 행복하게 세상을 떠나고, 철이는 그 곁을 지키고 그 곳에서 살아가다가 끝내 자신의 의식을 업로드 하지 않은 채 "철이"로서 생을 마감한다.
이 부분이 기계 달마와 인간 선이가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달마와 선이 모두 끊임없이 존재하는 의식을 꿈꾸지만, 인간은 하나의 인간으로써, 불완전하더라도 자기자신을 보존한 의식의 영속을 희망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