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루지란 공학자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된다고 하는데 그 뜻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고 세련되지 못한(그렇지만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한다. 이 책은 우리의 뇌도 클루지로 설명한다. 즉, 처음부터 빈틈없고 완벽하게 디자인된 설계에 따라 뇌가 만들어진게 아니라 인류가 진화하면서 처한 환경이 변할 때마다 그때그때 필요한 기능이 덧붙여지며 뇌가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원래 설계대로 지어진 집이 있다면 살면서 점점 가추 또는 달아내기, 일부 레노베이션이 된 방과 부엌 등의 형태로 필요한 것들이 집에 덧붙여져서 지어지는데 뇌도 같은 원리로 진화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뇌는(그리고 뇌와 연결된 우리의 마음은) 당연히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이 추가되는 형태로 주먹구구식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의 뇌 중에서 추론, 종합적인 사고(숙고 체계)와 같이 가장 고도의 기능을 담당하는 전뇌의 경우, 가장 최근에 진화해서 인류의 뇌에 탑재된 것이므로 과거 수십만년 이상 사용되며 인류가 의존해온 반사 체계에 비해 그 사용빈도수가 아무래도 떨어질 수 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즉, 위급한 상황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또는 매우 주변이 산만하여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에너지와 시간을 충분히 들여야만 사용할 수 있는 숙고 체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즉, 이성적인 부분이 작동하는 것) 후뇌와 중뇌가 담당하는 반사 체계를 사용하여 즉각적이고 충동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됨을 설명한다. 후뇌의 경우 최소 5억년전부터 있었으며 호흡, 신체균형, 경계와 같은 인간뿐아니라 모든 생물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로 갖고 있어야 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 뒤에 생겨난 중뇌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눈의 운동기능을 담당하며 마지막에 생긴 전뇌는 언어와 의사결정과 같은 고차원의 기능을 담당한다. 이와중에 인간이 의지하는 전뇌 부분은 그 중에서도 훨씬 더 오래 전에 만들어진 체계에 의지할 정도로 가장 최근에 진화한, 그래서 가장 고도의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은 인간이 아주 잘,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인간의 불완전한 마음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불완전한 기억체계(인간의 기억은 맥락기억으로 컴퓨터의 우편번호 기억과 달리 맥락에 의존하여 기억을 하므로 결정적으로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수도 없이 많다)는 기억의 왜곡을 낳고 건망증을 유발하기도 하며 매일 쓰는 물건을 어디에 둔지 몰라 한참을 찾는 불편함도 유발한다.
인간은 또한 사기를 당하기도 너무 쉽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즉, 신념은 인간을 확증 편향(우리의 신념을 위협할만한 것보다 우리의 신념에 잘 들어맞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 즉, 우리의 신념과 일치하는 자료와 증거에 더 주의가 쏠리게 됨, confirmation bias), 동기에 의한 추론(좋아하는 것보다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더 까다롭게 따지는 경향, 즉,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을 우리가 믿고싶지 않은 것보다 훨씬 더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 motivated reasoning)이 주 원인이다. 아울러, 맥락기억으로 인해 우리 신념은 아주 쉽게 오염될 수 있고, 종교와 같이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즉, 사람들이 그 종교를 믿게 만드는 것)은 인간은 부분적으로 종교에서 설파하는 것이 진실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인하는 것도 있다. 아울러 종교는 세상이 공정하다는 생각(just-world hypothesis)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그것의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가 피해자를 오히려 탓하는(blaming the victim, 즉, 착한사람에게는 저런 나쁜 일이 일어날 리가 없는데(세상이 공정하다는 생각의 발로) 저런 나쁜일이 저 피해자에게 일어난걸 보면 저 사람이 나쁜 사람일거야 라는 논리) 현상이다. 동기에 의한 추론은 한 가지 장점을 갖기도 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즉, 정신승리를 말하는 것임). 책에 따르면 동기에 의한 추론을 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은 진화의 관성 탓이라기 보다 우리에게는 예견의 능력이 없기때문으로 설명한다. 즉, 우리에게는 사실상 우리가 편향되지 않도록 막아줄 내적 장치란 존재하지 않고, 신중한 추론의 기제를 얼만큼 사용할지는 각자의 의식을 가진 자아의 몫이며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편향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 부분이 매우 와닿았다.
세 번째로 경제학과 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가정하에 이론을 만들었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가격과 가치를 혼동하고(가격 앵커링의 중요성이 여기서 나온다. 최초 시작가격이 얼마인지가 가격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프레이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같은 문제에 달리 선택을 하기도 하며, 이미 날아간 비용(매몰비용)에 대해 집착하고, 우리의 뇌는 미래를 염두하지 않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적금같은 것이 필요하다(즉, 우리는 자기 통제력이 약하고 유혹에 약하기 때문에 굳이 크리스마스 적금과 같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우리의 의지를 통제해나가는 것이다). 즉, 이 모든 예가 합리성과는 대척점에 존재하는 비합리성을 대표하는 것들인데 이것은 우리가 이성보다는 감정에 의존하는 선택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숙고 체계와 반사 체계가 어중간하게 동거하는 우리 뇌의 상태 때문이지만, 저자는 무조건적으로 반사 체계는 열등하고 배제해야할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화는 우리에게 상이한 능력을 지닌 두가지 체계 모두를 우리에게 남겨 주었고(반사체계는 틀에박힌 일을 처리할 때 매우 뛰어난능력을 발휘, 숙고체계는 틀에서 벗어나 생각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매우 유익하다) 이 두 체계의 장단점을 인식하여 조화를 꽤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궁극적으로 지혜로워질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