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세계에는 순환하는 절기가 있다. 한시 속에 스민 선인들의 시선과 정서가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 우리 일상과 교감한다. 때로는 소나기가 쏟아진 뒤의 상쾌함으로 번뇌를 씻고, 가을밤에 무리 잃은 기러기 소리에 문득 잠이 깨고, 눈꽃 흩날릴 때 술잔 권하는 시인의 온기에 마음의 한기를 녹이며 봄을 기다린다. 7월에서 시작하여 해를 바꿔 다시 7월로 향하는 열세 달 동안의 여정에서 연인처럼 인연처럼 아름다운 한시를 만난다. 한시는 한문으로 쓰인 정형시이다. 한자문화권에서 고대부터 창작한 운문 문학을 통칭한다. 이미 중국 춘추시대 이전부터 한시가 나타났지만, 위진남북조 이후 절운계 운서가 발간되고 중국어의 음운학이 발달하여 운율을 이용한 운문문학이 발전했다. 이것이 정형화되면서 한시의 기반이 완성되었다. 그 기본은 사성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운율감으로 기본적으로 한자를 평성(평)과 측성(상거입)을 기준으로 나누었다. 한시는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나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향유되었다. 가령 한시문집 계원필경은 신라인 최치원이 썼지만 한문의 본고장인 중국 당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이후 한시는 한문의 본고장인 중국이 동아시아 문화의 주류에서 밀려나는, 비교적 최근인 19세기~20세기 초까지 널리 지어졌다. 현대 중국 가요는 운모가 같은 글자들로 각운을 통일시키는 것이 많은데, 한시 중에 고시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한대에서 청대에 이르는 2,100여 년 동안 중국인들이 창작하여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한시는 어림잡아 100만 수가 넘기 때문에 평생을 읽어도 일독이 어려울 정도다. 사정이 이러하니 중국 한시를 읽고 연구하여 가치를 판단하고 위상을 자리매김하여 그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쉽게 이루어질 리 없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몇몇 대가들이 중국시사를 써내기도 했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며, 우리나라에서도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중국 한시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었지만 아직 『중국시사』 같은 저작은 나와 있지 않은 실정이다. 한대부터 청대까지 2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국 사회과 통일과 분열을 반복하면서 시의 역사도 복잡하게 전개되어 한시사의 핵심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조대를 대표할 수 있는 시인과 시를 선별하여 독자들이 중국 한시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석과 해설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