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읽은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는 다양한 국가관을 소개하는 훌륭한 사회 교과서였다. 학창시절 이런 책을 접했다면 사회 공부를 더 열심히 했을 거라는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역사의 역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바라보는 역사학의 관점을 설명해주는 훌륭한 책이었고, 역사학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 주었다. 같은 맥락에서 큰 기대감을 갖고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읽게 되었다.
기대했던 것처럼 과학 이론을 자세히 나열해주고 설명해주는 교과서 같은 책은 아니었다. 과학 공부를 접한 저자의 개인적인 소회가 담긴 책이었다. 정말로 문과 남자가 과학을 공부하며 느낀 점을 서술하고 있다. 인문학과 과학의 본질과 관계로부터 시작한다. 작가의 눈에 대부분의 인문학은 모르는 것조차도 모르는 거만한 바보로 보이는 것 같다. 과학만이 실제 존재하는 세계를 탐구한다고 한다. 물질의 세계에서 보면 그렇다. 물질의 세계에서 규명하기는 어렵지만 정신과 그 이상의 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세계에서는 물질에 관한 학문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인문학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분리돼있으면서 서로 보완적인 학문의 범주인 것 같다.
화학에 대한 장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작가의 말처럼 뇌과학, 생물학, 물리학 등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 화학은 서점이나 주변에서 접하기가 쉽지 않고, 대중의 머릿속에서도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화학을 그렇게 사용한 건 인간일 뿐이고, 화학이라는 학문 자체는 흥미롭기도 하고 다른 과학과 연결점이 매우 많은 것 같다. 원소와 원자의 단계에서는 물리와 화학은 매우 밀접하고 세상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환원주의로 쪼개졌던 과학은 통섭을 통해 경계를 넘나들며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인문학은 계속 쪼개지기만 했고, 같은 분야 학문에서도 공동의 연구와 통합은 없었다. 과학자들의 통섭에도 날선 반응을 보이며 자신만의 우물을 깊게 파고 있는 것 같다.
태양이 수소로 핵융합을 할 수 있는 남은 기간은 50억 년으로 영원하지 않다. 태양뿐만 아니라 우주 또한 빅 칠, 빅 크런치, 빅 바운스 등 어떤 이론으로 봐도 끝이 있다. 그런데 50억 년이 유한한 숫자인가? 지구 상에 호모사피엔스가 나타나고, 물질 세계에 대해 파악한 짧은 기간에 비하면, 나아가 80년 정도 사는 인간의 관점에서 50억 년이면 충분히 영원한 셋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주의 유한함과 엔트로피 법칙을 신이 없다는 근거로 삼고 있지만, 나는 오히려 알면 알수록 무언가의 절대적 존재가 있어야 모든 것의 시작점이 설명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작가처럼, 나도 문과 남자이다 보니 물질 세계의 진리를 마주하면서 답이 없는 공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기대했던 교과서는 아니었으나 나름의 새로운 시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흥미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