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김혼비 작가의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을 번아웃과 과로에 대한 이야기이다. 종일 피로와 무례에 시달렸음에도 너무 고단해서 오히려 잠들 수조차 없던 어느 힘겨운 밤에 대한 기록이며, 일상의 단어들을 자꾸만 잃어버려 건망증을 의심하면서 막막하게 내 머릿속을 뒤적여보던 어떤 날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느닷없이 장염을 겪으며 내 육신이 내장기관의 부속 껍데기처럼 느껴지던 어느 ‘한풀 꺾인’ 날에 대한 기억인 동시에, ‘젖은 물미역’이 되어 샤워기 아래 유령처럼 서서 물을 떨굴 수밖에 없었던 어떤 시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은 누구나 겪곤 하는 이런 답답하고 막막한 시절을 지나는 동안 서로를 웃겨주고 일으켜주는 여자들의 유머와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에게 시달리고 무너진 마음이 사람의 다정과 우정으로 회복되어 번아웃으로부터 끝내 회복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무례한 세상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을 죽이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한 꽤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핑퐁처럼 편지를 주고받는 두 작가의 목소리에는 말랑하고 산뜻한 웃음이 배어 있다. “서로를 웃긴다는 건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 중 하나일 거예요.” 황선우×김혼비 두 유머 사냥꾼이 채집한 유머와 다정은 바쁘게 스쳐가고 스러지는 하루 속에서 팍팍해진 마음과 무표정한 얼굴에 끝내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한다.
휴무라 또 늦잠 퍼지게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두 시간을 넘게 핸드폰만 했다
진짜 겨우 일어나 아침 겸 점심 먹고 다시 눕눕
컨디션이 안 좋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내내 핸드폰 하다가 잠들었다가 다시 일어나서 또 핸드폰..
정신 차리자 하고 일어나 빨래 개고 설거지하고
또다시 눕눕..
그리고 또 얼마의 시간을 핸드폰만 하다가
갑자기 스치는 현실 자각 타임
사실 근래에는 이런 휴식이 너무너무 소중해서
죄책감은커녕 보상심리로 더 격렬하게 빈둥거렸었는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뭔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기분
모든 의미가 없어지는 기분ㅋㅋ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너무너무 좋아하는 두 작가가 같이 쓴 책이라 조금만 더 아끼다가
200000퍼센트의 기분이 들 때 꺼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그냥 지금 당장 나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얼른 꺼내들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늘 읽길 너무너무 잘했다!
사실 오로지 두 작가님 이름만 보고 바로 주문한 거라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배송 온 거 보고 그제야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라는 제목을 처음 인식했고
그게 너무너무 와닿아서 첫인상부터 좋긴 했는데
내용도 이렇게 좋을 줄이야..
이 책은 두 작가가 1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엮어 낸 책인데
사실 예상치 못한 스타일?에 조금 당황하긴 했다
두 분의 문체와 일상을 좋아하긴 하는 독자로서 서간문이라..
내용 전개가 전혀 예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작은 우려도 단 한 페이지 만에 끝났다
원래 남의 편지, 다이어리 훔쳐보는 게 제일 재밌어서 그런가?ㅎ
이 책에서는 크게 과로와 번아웃을 다루는데
지금 나에게도 꽤나 맞았던 이야기라 더 잘 읽히지 않았나 싶다
과로를 느끼는 과정과 번아웃을 인정하는 시점에 표현되는 증상들이
신기하게도 또 맞아떨어졌으니 뭐..
그런데다가 황선우 작가의 따뜻하고 든든한 말들과김혼비 작가의 솔직하면서 유머러스한 말들이
나에게 보내주는 위로라고 생각하면서 읽으니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1년 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함께 지나니
나도 편지를 받기도 하고 보내기도 하는 느낌이 들었고
실제로도 이런 멋진 글들을 주고받을 글 친구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또 긴 글을 안 읽고 안 쓰니까 말도 자꾸 얼레벌레 하고 그래서 답답했는데
또다시 글의 힘과 즐거움을 알려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