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책은 거의 빠짐없이 구매해서 보는 편인데, 새로운 내용이나 관점으로 독자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종류의 글은 아니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랄까? 초기 그의 글을 읽고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읽을수록 그런 신선함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경제학자이면서 한편으로는 다양한 지식이 풍부한 이야기꾼이기도 해서 그의 책은 늘 평타 이상은 한다. 장하준 교수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논리를 꾸준히 연구하고 공급하는 세계적인 석학 중 한 명인데, 그가 대표적으로 다루는 두 가지 주제는 '자유무역'과 '복지국가'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자들의 논리는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고 관세를 낮춰서 국가 간에 재화와 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모든 나라의 경제적 효용이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는 장하준 교수가 '사다리 걷어차기'를 비롯한 여러 책에서 신랄하게 비판해 조각 낸 바 있다. 개발이 덜 된 나라에서 비교우위의 재화 생산으로 당장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도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전자, 통신, 항공, 우주 개발과 같은 첨단의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 보호와 육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자식에게 장사를 가르쳐 셈 빠른 부자 장사꾼으로 길러낼 수는 있지만, 핵물리학자나 유전공학자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기초 학문을 가르치고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거다. 주야장천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미국이나 영국 등의 선진국 중 과거 보호무역으로 자국 산업을 육성하지 않은 나라는 하나도 없다고 한다. 높은 관세, 금융 지원, 특허 무시를 통해서 자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한 후 그 이익을 독식하기 위해 '자유무역'을 앞세워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과거 '자유'무역은 식민주의와 불평등 조약 등으로 자국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박탈당한 '자유롭지 않은'나라들에서만 행해졌다
이 책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는 식재료와 음식, 그리고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곁들여서 경제 이슈와 매칭하여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