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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5.0
  • 조회 396
  • 작성일 2023-11-17
  • 작성자 고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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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자유로움 에로틱한 우정을 지향하는 토마시는 어느 날 시골 카페 여종업원 테레자를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녀가 강보에 쌓은 아기 같다고 생각한 것. 그 은유는 가볍게 만난 다른 여성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이다. 그녀와 결혼하고 강아지까지 선물하지만 진지한 사랑을 추구하는 테레자는 토마시를 만나 질투와 불안으로 고통받는다. 자신이 그의 가벼운 여자들처럼 흔한 육체가 되는 악몽에 시달린다. 그런 테레자에게 토마시는 더욱 연민을 느낀다. 그럼에도 그에게 자유연애는 끊을 수 없는 인간 탐닉이었고 테레자는 괴로워하면서 삶의 유의미를 찾으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테레자도 토마시가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난다. 그러나 사랑이 아닌 욕정이 마음을 차지할까봐 두렵다. 그녀에게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건만 죽을 때가 되어서 비로소 자신의 곁을 지킨 토마시와의 시간이 행복이었음을 깨닫는다.
토마시에게는 사비나라는 예술가 애인이 있다. 그녀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얽매이는 것을 몹시 싫어하며 자유를 추구한다. 그녀에게는 프란츠라는 또 다른 연인이 있고 그는 토마시와 달리 사비나에게 진정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사비나에게 진지한 프란츠는 그의 아내에게 이별을 고하고 사비나에게 정착하고 싶어 했지만 이 일은 사비나가 그를 떠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행위의 목격자가 있는 순간부터 우리가 하는 그 무엇도 더이상 진실이 아니다.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사비나는 배반의 장미이다. 가족과 조국을 배신했고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프란츠까지 배반했다. 어느 날 정치단체가 사비나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연다. 그녀를 마치 자유를 위해 그림으로 투쟁하는 사람처럼 포장해서였다. 그녀가 추구하는 방향과 다르게 진행하자 그녀는 분개했다. 사비나를 이해하려면 키치라는 단어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키치는 가짜 또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사이비 등을 뜻하는 미술 용어를 말한다. 작가는 스탈린의 아들 야코프를 빗대어 키치를 설명한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포로가 되어 수용소에 수감되는데 변소를 더럽게 써서 청소하라는 수용소 소장의 말에 언쟁을 하고 철조망으로 달려들어 죽고 만다. 사비나는 자신의 적이 키치라고 했다. 키치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난 가짜라고 했다. 사비나에게는 키치는 공산주의가 박해한 예술, 즉 그림으로써 공산주의에 투쟁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혐오해 마땅한 모든 것, 예를 들면 따스한 가정, 친절한 아버지, 잔디밭을 뛰어노는 아이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며 가짜라고 느꼈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키치를 경멸해도 키치는 인간 조건의 한 부분이다. 키치란 존재와 망각 사이에 있는 환승역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사비나인것 같다. 그녀가 추구하며 살아 온 가벼움을 관조하며 너무나 참을 수 없다라고 외치는 사비나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사비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책에는 키치적이다. 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단언할 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될까. 나에 대한 무지가 싫은 순간이 있지만 그래도 토마시처럼 가볍게도 테레자처럼 한심하고 무겁게 살지도 않는다. 사비나와 테레자가 만난 적이 있다. 토마시의 친구로서 만났지만 테레자는 남편의 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 사비나는 자신의 그림을 테레자에게 보여주며 이런 말을 한다.
앞은 이해 가능한 거짓말이고, 그 뒤로 가야 이해 불가능한 진실이 투명하게 드러난다고....
이렇게 생각해 본다. 이해 가능한 거짓말과 이해할 수 없는 진실속을 오가며 사는 것. 불편함을 알지만 그걸 치울 수 없는 걸 알기에 그 불완전한 동거를 감내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모든 인간은 키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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