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책을 선택할 때 작가는 어떤 사람이고 책의 내용은 어떻고 사람들의 평판이 어떠한지 꼼꼼히 따져보는 까다로운 사람이지만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단순히 하루끼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내용과 상관없이 작가의 명성만으로 베스트 셀러가 될 것이라고 대다수의 사람이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선택이 가능한 이유는 단순히 무라카미 하루키가 유명하기 때문이라기 보다 하루키의 글이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키의 글은 어떤 책의 어떤 부분을 발췌하여도 작가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부분이 있고 이러한 부분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도 처음 2-3 페이지를 읽자마자 작가 특유의 감성과 난해함이 바로 느껴졌다. '나'로 시작하는 화자의 이야기에 몰입하다보면 화자가 서술하는 풍경과 느낌에 저절로 감정이 이입되면서 화자가 겪고있는 기묘한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하루키의 소설 대부분이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임을 알면서도 자꾸만 읽고 싶게하는 묘한 매력이 하루키의 글에는 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도 앞부분에서는 머리속에 계속 물음표가 떠오르면서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세계가 현실인지 가상의 세계인지 혼란스러우면서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이야기가 점점 진행되어 가면서 하나둘씩 모호했던 부분이 뚜렷해지면서 스토리에 빠져들게 되면서 700페이지가 넘는 책이 너무나도 짧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책의 끝에 다다르면 도대체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을 지, 내가 책을 제대로 읽은게 맞는지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어떤 의미에서 여느 다른 하루키의 소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여전히 하루키의 글들은 감탄이 나오고, 비슷한 이야기에 지겹다는 느낌 보다는 간만에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 같은 즐거움과 오랫동안 물고 뜯을 수 있는 새로운 고민 거리를 던져주는 듯 하다. 하루키의 책을 좋아하는 '하루키스트'라면 반드시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