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세계는 굳은 뇌를 깨워 질문을 하도록 한다. 인간은 무엇을 생각하며 사는가, 우리는 어떻게 오래도록 존재할 수 있는가
아무리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도 이런 질문을 만나면, 잊고 있었던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떠올리는 신선한 충격을 느낄 것이다.
오랜만에 뇌가 깨어나는 것 같았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이 소설이 보여주는 생각의 깊이 때문이다. 이 소설은 몇 가지 서로 연관된 근본적인 물음과 궁극적 관심에 대해 관통하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철학의 영원한 물음이자, 너무 쉽고 단순해서 도리어 따라가기 힘든 근본적인 물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질문은 잘못 던지면 터무니 없는 질문이거나 상투적인 질문이 되기 쉽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와 세계의 존재에 대한 근복적인 질문을 의미있는 질문으로 만들어주었는데, 이것은 나와 세계의 존재를 낯선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뜻한다.
처음에는 생생한 현실로 그려지던 소피의 세계는 이 소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떤 중년 소령이 자신의 딸에게 생일 선물로 주기 위해 창작한 소설 속의 현실이라는 것으로 밝혀진다. 소피의 세계가 아주 확실한 현실적 세계라고 생각했는데, 그 확실한 존재의 기반이 흔들리는 순간 우리는 과연 어느 것이 자명하고 확실한 세계인가에 대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무엇을 가리켜 허구와 비현실이라고 하고, 무엇을 가리켜 확실하고 자명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자신 역시 무한한 우주의 역사 속에서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왔다가 사라지는 한줌의 재에 지나지는 않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 생각의 끝에서는 우리가 집착하고 소유하려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끔 만든다.
일상성 속에 빠져있는 의식을 일깨워 자기에게 가장 익숙하고 자명해 보이던 것들, 자기 자신과 주변 세계의 존재를 끝없이 낯설고 불가사의한 것으로 체험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이 이룰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성취일 것인데, 나와 내가 속한 이 세계의 존재가 소피의 세계와는 다른 자명하고 확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우리로 하여금 되묻게 하는 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철학적 선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