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이 책은 '사신'이 등장하니만큼 밝은 내용은 아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냥 무거운 편은 아니고 간간히 웃음을 자아내는 부분도 있지만,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이들을 보면 안타깝고, 그들이 가졌던 생애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 그만큼 애달프다. 처음 이 책의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등장한 '사신'이라는 단어에서 두 권의 책을 떠올렸는데, 하나는 이사카 고타로의 사신 치바이고, 다른 하나는 후지마루의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이다. 두 권 모두 저마다의 설정으로 사신을 등장시키고,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며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는 사신의 모습을 보여줘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역시 '이제 더 사신에 대한 설정을 할 게 있을까 싶은 와중에도 나름의 독특한 설정이 곁들여진 소설이었다.
소설은 막간을 제외하면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반 3화의 에피소드가 책의 1/4를, 그리고 후반의 3화가 남은 3/4 가량을 차지하는 다소 치우친 분량이다. 그런 만큼 전반에는 호흡을 짧게 가져가고 에피소드의 설정을 가볍게 하는 한편 사신의 특징에 대한 부분을 조금씩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에는 한 편의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현재 사신으로 일하고 있는 '나'를 둘러싼 비밀들이 조금씩 벗겨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막을 내리면, 이 소설이 가진 몇몇 독특한 설정들이 어느 한 점을 확고하게 가리키고 있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사실 초반에 짧은 이야기들이 꽤 흥미로웠고, 특히 이제 막 이야기가 길어지기 시작한 시점인 네 번째 에피소드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더 긴 후반부의 이야기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빌드업... 아니, 이런 감성적인 책에 이런 단어는 어울리지 않나.. 다행히 에피소드마다 복선을 심어두고, 갖가지 설정을 곁들인 것이 빛을 발해 마지막에 억지 감성이라는 느낌보다는 과하지 않고, 어느 정도 담백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책도 영화도 '억지스럽게 눈물을 자아내는 설정'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꽤나 인상 깊은 마무리였다. 더군다나 미스터리를 눈치채는 데 도가 튼 내가 이렇게 대놓고 설정을 한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도 기분 좋은 뒤통수였고.
기본적으로 인물들의 설정이 좋은 편이고, 자칫 의문스러울 수도 있는 설정이 마지막에 의미를 가지며 좋게 다가왔지만, 한편으로는 단순히 감성 그 이상을 담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지나치게 비유적인 표현들이 때로는 크게 와닿지 않았고, 내가 맞게 이해한 걸까 싶은 결말도 그간의 내용에 비하면 다소 급하게, 허술하게 마무리 된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왕 설정도 나름 탄탄하게 잡고 있고, 에피소드를 쌓아갈 수 있는 연작 단편 느낌의 소설이라면 1권에서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간간히 사신에 대한 몇몇 의문점들만 슬쩍 내비쳤다가, 2권에서 팡! 하고 터뜨렸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건 내용에 대한 아쉬움인 동시에 일본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단권으로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하다. 그만큼 내가 좋아하지 않는 감성적인 소설인데도 재미있고, 인상 깊었다. 이 작가의 데뷔작은 놀랍게도 '알파폴리스 제9회 공포소설' 대상 수상작인 사이코 씨의 소문이라고 하는데, 이 작가가 쓰는 공포소설이 상상이 가지 않으면서도 궁금해진다.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