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를 읽고 역사적 배경이 있는 드라마를 보기도 하면서 한국사를 한번 쭉 훑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곤 했는데 5천년 역사를 정리해준 책이 나와서, 그것도 한국사 교과서 저자이자 역사 강사로 유명하신 최태성 선생님이 써주신 책이라니 너무나 반가웠다.
시대별로 알아야 할 핵심 내용을 잘 담은데다 역사적 사실만 알려주는 교과서적 문체가 아니라 큰별쌤 방식의 스토리텔링으로 더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며 역사 속 인물들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나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역사적 사실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덧붙여준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읽혀 역시 믿고 보는 최태성쌤 책이라 느꼈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던 시절에는 암기할게 많아 힘들다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재미있게 읽히는 한국사라면 읽고 또 읽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사의 흐름을 알고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삼국시대에 신라가 세 나라를 통일할 줄 누가 알았겠나? 그런데 가장 작은 신라가 삼국 통일의 꿈을 이루고, 왕건 역시 후삼국 시대의 주인공은 아니었고 궁예 아래에 있는 부하였다. 어찌 보면 의외의 인물이 후삼국을 통일한 거다. 앞서가는 사람은 항상 자만을 경계할 것, 그리고 뒤에 가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갈 것. 후삼국 시대의 역사는 우리에게 이런 교훈을 주고 있는 게 아닐까?
훈민정음이 탄생하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대신들의 반대가 워낙 심해서 다 만든 뒤에도 반포하기까지 몇 년이나 걸렸으니 그만큼 저항이 컸다는 거다.
당시 대제학이었던 최만리가 훈민정음 창제를 반대하며 올린 상소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고유의 문자를 만드는 것은 중화사상에 어긋나옵니다. 학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우려와 달리 훈민정음은 민족 문화를 꽃 피우는 원동력이 됐다. 최만리는 중화주의 세계관에 갇혀 시대 너머를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금 나의 시야는 어디에 머물러 있을까' 하는 서늘한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수많은 이슈가 있다. 찬성하는 이슈도 있고, 반대하는 이슈도 있고. 그럴 때 한번 쯤 100년, 혹은 200년 뒤의 세상은 어떨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나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을 점검해 보기 위해서.
현재를 사는 우리 역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우리의 선택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역사가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추운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기다리던 안중근 의사처럼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역사의 교훈들을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