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호기심이 생긴 원인은 순환근무이다. 나는 약 2년 전 고향을 떠나 광주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고 다른 도시에 있는 친구에게 광주를 소개해줄 일이 생겼다.
처음에 주로 사용했던 방법은 예시를 드는 것이었다. “서울로 치면 충장로는 명동, 상무지구는 강남, 수완지구는 신사 가로수길, 동명동ㆍ양림동은 대학로의 느낌인데 물론 서울보다 훨씬 작아”
신기한 일은 서울에서 친구들을 주로 만났던 곳은 대학로 또는 신사였고 친구들이 광주에 놀러왔을 때 만족도를 보면 동명ㆍ양림동이나 수완지구가 높았다. 반면 강남에서는 주로 만나지 않았는데 상무지구의 실망이 컸던 편이다. 나와 친구들이 이렇게 느낀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책의 저자인 유현준 교수가 건축을 대하는 시선에는 다양한 학문의 결이 켜켜이 접혀있었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신선했던 접근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도시를 인식한 점이다. “『생명의 그늘』의 저자 프리초프 카프라박사에 의하면 어떠한 시스템이 살아있는 유기체냐 죽어있는 무기체냐를 결정하는 요소는 그 조직체의 패턴이 스스로 만들어지는 네트워크냐 아니면 외부적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도시는 초기 계획자의 디자인이라는 수동적인 패턴을 뛰어넘어 자생적으로 만들어 지는 패턴이 있기에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볼 수 있다.
또한 도시 진화과정을 생명체 진화과정에 빗대어 설명한 점도 흥미로웠다. 생명체에 진화의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단세포생물로 있다가 세포가 많아져 다세포 생물이 되면 떨어져 있는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순환계 발달이 필연적이고 그 이후에 신경계-중추신경계순으로 발달한다. 도시를 보면 처음에는 단세포와 같은 적은 규모의 단독주택이 점점 늘어나 도시가 형성되면 순환계와 같은 상ㆍ하수도 시스템(로마ㆍ파리)이 필수적이게 되고 이후에는 신경계와 같은 통신계(뉴욕)가 발달하였다.
이렇게 도시를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로 인정하게 되자 소통의 대상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기존에는 아무생각 없이 걷던 거리도 건축물 또는 공간과 이야기를 하면서 걷게 되고 감정을 느끼는 일이 늘어났다.
아마 서울에서 좋아했던 장소와 유사한 광주의 장소에 더 만족도가 높았던 점도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그 공간과 좋은 소통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걷고 싶은 거리의 특징을 휴먼스케일 수준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며 결정권이 양도된 거리라고 소개한다. 나와 친구에게 이런 거리는 강남보다는 대학로 또는 가로수길이었고 광주에서는 상무지구보다는 동명동ㆍ양림동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도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여러 사례를 통해 체험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고 이를 통해 저자는 건축물과 도시를 바라보는 독자만의 시각을 갖추어 도시를 잘 사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건축물과 도시를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잘 사용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