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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울다
5.0
  • 조회 399
  • 작성일 2023-10-29
  • 작성자 윤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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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를 읽고.

오래 전에 혼자 떠났던 세계여행의 마지막 행선지인 히말라야에서 울었던 적이 있다. 안나푸르나를 배경으로 부모님에게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영상을 찍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자유로웠지만 외롭고 힘들었던 6개월 동안의 세계여행을 마치고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감격을 느꼈던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는 다시 엄마가 해주는 밥, 나물,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었다. 몇번이고 다시 찍었는데, 그때마다 눈물이 나서 결국 영상을 보내지 못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라는 말로 책은 시작하는데, 히말라야에서 울었던 때가 떠올랐다. 나는 돌아갈 곳을 생각하며 울었지만, 반대로 이 소설속의 주인공은 돌아갈 곳이 없어져서 운다. 나와는 대상이 다른 슬픔에 대해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책은 한국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 미셸 자우너가 엄마를 암으로 잃고 나서 엄마가 해주셨던 한국 음식들을 떠올리며 쓴 자전적 소설이다. 엄마는 젊은 나이에 한국에 중고차 딜러로 파견 나온 미국인 아빠와 만나 결혼해 미국으로 건너온다. 엄마는 미국에서 딸 자우너를 낳지만 한국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딸에게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딸에게 한국 음식을 요리해주고, 한국어를 배우게 하고, 주기적으로 함께 한국으로 여행가 한국인 친척들을 만난다. 하지만 한국인이 거의 없는 도시에서 태어나 이상한 것으로 쉽게 폄하되기 쉬운 한국의 문화는 어린 자우너에게 엄마처럼 편안하고, 신비롭지만, 한편으로는 지워내고 싶은 것들이다.

자우너는 극히 싫어하지만 한국인 엄마가 딸에게 바라는 것과 잔소리들이 너무나 한국적이라 웃음이 났다. 행실을 바르게 해라. 음악가는 절대 안된다 등등, 나 역시도 지겹도록 들어왔던 종류의 잔소리를 미국인 자우너가 한국인 엄마로 부터 듣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자라며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나와는 다르게, 자우너에게는 정신병을 가져올 만큼 치명적인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한국인 엄마와 한국적인 것들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정신적인 여유가 생겼을 즈음에 엄마가 암에 걸린다.

암에 걸린 엄마를 돌보며, 미국인 남편은 무력하지만 딸 자우너는 어떻게든 엄마를 낳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낳을듯 하다가도 더 악하되는 암은 자우너와 엄마를 고통받게 하지만, 그 절망스러운 시간 속에서 자우너를 지탱하는 것은 한국 음식이다. 자우너는 엄마의 암을 낳기 위해 요리하는 한국 음식 만드는 과정을 정성스럽게 묘사한다. 재료들과 맛들을 빠짐없이 기록한다. 가장 지워내고 싶었던 한국적인 것들이 위기속에서는 가장 큰 위안이 되고, 위기가 지나가고 나서는 특별한 기억이 된다.

한국인인듯 한국인이 아닌 자우너가 묘사하는 한국의 것들이 특별했다. 나에게는 익숙해서 대화의 소재로 활용할 수도 없을 것만 같은 것들이 자우너에게는 한 권의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만한 소재가 되니 말이다. 자우너는 한국인을 만나 대화하면서 자신이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가장 소중한 것은 결국 잃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일까. 미국에서 한국인의 뿌리를 기어이 부여잡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짠한 감정을 느꼈다.

얼마 전에 가족과 미국여행을 갔다가 H마트에 일부러 들렸다. 맨하탄 중심에 있어 좁고 정신없이 북적여서 자우너가 묘사하는 한인마트 느낌은 나지 않아 아쉬웠다. 초당골이라는 한인 음식점에 들렸을 때는 대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한국인 아이에게 주문할 때에는 책이 떠올라서 괜히 친절하게 말하려 노력하고, 팁도 일부로 많이 주었다. 익숙한 것들을 응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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