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알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적은 소설이다. 따라서 책 내용 중 인상깊은 문구를 몇개 소개하는 것으로 하얼빈의 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 책은 안중근의 의거 5개월 전부터 시작해서 의거로 다가가는 시간들을 표현하고 있는데, 신화적 존재로 표현하기보다 청년 안중근의 깊은 고뇌가 담겨 있어서 더 큰 울림이 있고, 인간으로서 공감이 되는 책으로 생각한다.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은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려는 청년 안중근의 총구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종교적인 인류애로 뛰는 심장의 울림을 핵심적으로 표현한 부분으로 보인다.
"두려움은 못 느끼듯이 느끼게 해야만 흠뻑 젖게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일본 천황인 메이지가 조선 황태자 이은을 만나기 위해 군복을 입으면서 한 생각이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말에는 손짓, 의상 하나에도 의미가 있고 의도가 있다는 뜻이다.
"공부할 때, 시계를 책상 앞에 놓아라. 짐이 내리는 시간이다"
일본 천황 메이지가 조선 황태자 이은에게 탁상시계를 선물하며 한 말이다. 조선의 시간 개념과 다른 시간, 시간이 일본 제국의 공적 재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무서운 말이다. 조선이 일본에 지배당하고 있는 표현으로 나라 잃은 조선의 아픔이 느껴지는 함축적인 표현으로 보인다.
"이토를 죽인 범인은 한국인 청년 안중근이고, 안중근은 십이 년 전에 황해도 산골 마을에서 빌렘 신부에게 영세 받은 천주교인이라는 사실은 며칠 안에 세상에 알려졌다. 한국 황실은 불령한 신민 한 명이 잘못 태어나서 저지른 죄업을 일본 황실에 거듭 사죄했다. 사건의 배후로 의심 받지 않으려는 한국 황실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빌렘은 사형이 선고된 안중근에게 고해성사를 해주고, 고향인 청계동 성당으로 돌아와 안중근의 문중 사람들과 마을의 신자들을 모아놓고 '나의 시체를 하얼빈에 묻으라'는 유언을 전했다. 하지만, 안중근의 시체는 하얼빈으로 가지 못하고 여순감옥의 공동묘지에 묻혔다고 빌렘 신부는 전했다. 그리고 신자들과 함께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여 망자에게 평안을 주소서"라고 기도 했다.
하지만 안중근 의거의 불똥이 황실로 튈것을 두려워하는 조선 황실은 정말로 한심하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정치적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10.28현재 대통령은 정치집회라는 이유로 불참한다고 한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것이 황실로 번질 것을 두려워한 조선의 황실과 너무나 오버랩이 된다.
이태원 참사로 죽은 젊은 영혼들의 사망의 책임이 정부와 대통령에게 번질 것을 두려워해서, 그 흔한 정치적 책임과 유가족을 향한 사과조차 하지 않는 집권당과 현 정부를 보는 듯 하여, 흘러간 세월이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