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영향력 있는 지성인이자 법, 정치, 철학, 문학을 넘나들며 방대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마사 누스바움의 역량의 창조를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 누스바움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와 센과 함께 20년 넘게 개진해온 역량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며 자신의 사상적 정수를 과감없이 펼친다. 누스바움과 센은 1990년대부터 개발 경제학의 주류 이론들을 비판하고 대항이론으로 역량 접근법을 제시했다. 역량 접근법은 경제 성장이 아닌 개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춰 삶의 질을 비교 평가하며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는 이론이다. 기존의 경제 이론은 물질적인 양적 측면에서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반면, 해당 이론은 주관적인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특기할만 하다.
단순히 이론에 머물지 않고 당면한 현실 과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에 개입했으며, 그것이 일정 부분 인정받아 현재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는 이윤 동기가 지배하는 시대, 경제성장에 안달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은 공공정책의 일부이며 단순한 수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국가정책의 목적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발전의 목적도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개발하고 동등한 인간 존엄성에 어울리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풍요롭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게 하는데 있다. 달리 말해 발전의 진정한 목적은 인간개발이다."
"사람의 역량은 성취할 수 있는 기능의 선택 가능한 조합을 가르킨다. 그래서 역량은 일종의 자유, 즉 선택 가능한 기능의 조합을 달성하는 자유이다."
교육은 기회를 열어주는 대단히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2002년 개정된 인도 헌법은 교육을 받을 권리에 강제적인 기본권의 지위를 부여했다. 그러나 가난한 가정의 학부모는 생계유지를 위해 자식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일터에 내모는 일이 낮았다. 이에 인도 대법원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최소 18그램의 단백질을 함유한 350칼로리의 점심식사를 제공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자식을 학교에 보내는 부모에게 그들이 벌지 못한 돈을 웃도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