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2023년 3월에 국내에 개봉한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원작이 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일본 곳곳에 존재하는 뒷문이라는 문이 열리면 '미미즈'라 불리는 지렁이 형상을 한 재앙의 전조가 나타나고 그것이 하늘로 높이
솟구쳤다가 땅으로 떨어지면 그 지역에는 지진, 산사태 등의 재난이 발생한 다.
미미즈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그 문을 닫아야만 재난이 닥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주인공 스즈메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여고생이었지만, 어느 날 뒷문을 닫기 위해 나타난 소타라는 남자와 엮이게 되어 뒷문을 닫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 소설은 미래에 일어날 재난을 막는 이야기다. 하지만 스즈메의 여정은 미래의 재난을 막기 위함인 동시에, 과거에 일본 전역에서
일어났던 재난의 장소들을 되짚어보고 그것을 추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일본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재난 속에 있었던 스즈메는 자신의 과거를 제대로 마주하고, 꿈꾸지 않던 미래를 꿈꾸게 된다.
뒷문은 사람들에게 잊힌 장소에 나타난다.
그리고 대개 그 장소는 원래는 사람들이 살았지만 어떤 이유로든 더 이 상 사람이 살지 않게 된 장소들이다.
우선 스즈메가 사는 곳이자 첫 번째 '뒷문'이 있는 장소인 규슈 지역 미야자키 현은 2016년 구마모토 지진이 일어난 인근 지역이고,
두번째 장소인 시코쿠의 에이메현은 2020년 산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지역으로 작중에서 시코쿠의 뒷문은 산사태에 파묻힌 학교에 있다.
세번째 혼슈의 고베는 1995년 대지진을 겪은 곳이고, 네 번째 도쿄는 1923년 관동(간토) 대지진이 있었던 곳이다.
그리고 도쿄에서 마지막 문으 로 향할 때 언급되는 미야기현, 이와테현, 후쿠시마와 마지막 문이 존재하는 홋카이도는 모두 2011년
동일본(도호 쿠) 대지진이 발생해 전례 없는 피해가 발생한 지역들이다.
시작점인 시코쿠는 일본의 서남쪽 끄트머리이고, 종점 인 홋카이도는 일본의 동북쪽 끄트머리인 점을 생각해보면 스즈메의 여행은
일본 전역을 통과하며 재난이 일어났던 지역을 돌아보고 기억하며 추모하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열린 '뒷문'을 닫기 위해서는 문이 위치한 장소에 있었던 이들의 추억을 상상해야 한다.
온 힘을 다해 그들의 즐거 운 추억들을 상상하면 빛이 모이고 그 빛이 문에 열쇠구멍을 만들고, 그것을 잠그면 뒷문은 사라진다.
흉악한 재앙의 형상이 하늘로 솟구치는 공포스러운 장소에서, 스즈메는 리조트에 들뜬 기대를 안고 방문한 가족의 목소리를, 학교에서
활기차게 웃던 학생들의 목소리를, 놀이공원을 방문했던 즐거운 목소리들을 듣는다.
주인공 스즈메는 12년 전 4살 때 홋카이도에서 규슈로 왔다. 작중에서 1923년의 관동 대지진을 100년 전의 일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시간대는 2023년이고, 그 12년 전은 2011년이 된다. 2011년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해이고, 스즈메는 대지진의 쓰나미로 인해
어머니를 잃었다. 그 후, 이모의 손에 이끌려 규슈로 떠나 밝고 활발한 여중생으로 자라지만 사실 마음 속에는 '죽음 따위 별로 두렵지
않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여전히 꿈에서는 엄마를 찾아서 헤매고, 12년 전의 기억은 트라우마에 의해 정확히 기억하지도 못 하고 산다.
죽음 따위 별로 두렵지 않다고 생각하며 사는 삶은 괜찮을까. 그것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질 각오 가 아니라, 사실은 삶에 더 이상 사랑하는 것이 없는 사람의 공허함이라면, 그리고 그 공허함을 품은 것이 고작 16 살의 학생이라면, 더욱 그 마음의 무게가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스즈메는 그렇게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여행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재난이 닥치는 장소에 남겨진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들을 되짚어보고, 자신이 앞으로 소중히 할 기억들을 만들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스즈메는 '살아가고 싶다.'고 외치게 된다.
결국 재난으로 무언갈 상실한 자들이 다시 삶을 쥐고 살아가는 법. 지나간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슬픈 순간 이 있었듯 기쁜 시간도 있었음을 가슴에 담고, 앞으로도 사랑하며 살아가자는 것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 인식을 재난을 겪은 자와, 겪지 않은 자의 공동체가 공유함으로써 미래를 바라보자고 말하는 것처 럼 들린다.
이 소설을 통해 보는 것은 스즈메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지만, 또 다른 스즈메가 무수히 많고, 아마 여전히 무언가 잃어버 린 채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제 이 책을 읽은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아마 내가 그들의 슬픔을 없던 것처럼 만들어 줄 수 도, 모든 걸 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해줄 수도 없을 것이다. 그저 옆에 서 나는 아직 당신의 슬픔을 기억한다 고 말해줄 수는 있지 않을까.
작은 위로쯤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뒷문을 닫아주고, 앞을 향해 걸어가자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16살의 스즈메가, 4살의 스즈메에게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