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명량이 나왔을 당시 '칼의 노래' 도서로 유명하셨던 김훈 작가님의 작품이다. 이번에 영화 '영웅'이 나오면서 독서 스터디 모임에서 읽어보기로 했다. 문체가 되게 좋았는데 역사적 사실을 소설로써 이렇게 풀어간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마치 안중근 선생님의 바로 옆에서 선생님의 생애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은 이토 히로부미와 안중근 선생님의 이야기가 번갈아서 나온다. 이 부분이 상당히 참신했다. 당연히 안중근 선생님의 이야기가 쭉 나올 줄 알았는데 이토와 안중근 선생님이 병렬적으로 나와서 신기했다. 우리는 항상 안중근 선생님의 입장에서 '안중근 선생님이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다'라는 이야기만 들었었는데 이토의 입장에서는 어떠했는지를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일본에서는 이토를 영웅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이토는 외교 정치의 천재였다. 어떻게 해야 조선 땅을 먹을 수 있을지, 조선 민족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조선을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잘했다. 우리로 치면 천하의 나쁜 놈이지만, 영토 확장이 활발했던 시대로 조금만 돌아갔었더라면 어쩌면 이토는 고려시대의 '서희'정도로 평가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단적으로 느꼈던 부분이 이토가 순종을 데리고 사진을 찍었던 부분이다. 이토는 사진사로 하여금 일부러 순종을 수동적이고 작은 사람으로 나타나도록 만든다. 누군가가 생각하기에는 그냥 이토와 순종의 나들이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여정을, 이토는 그 하나조차도 기회로 삼은 것이다. 분명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는 이토가 나쁘지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으로는 우리의 영웅, 안중근 선생님. 선생님의 일생은 드라마 그 자체이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행동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마치 운명이 자신에게 점지한 듯, 아무런 의심과 갈등 없이, 마치 내가 이토를 죽인 것은 예정되어있었다는 것 마냥 태연하게 숙명을 다하셨다.
우덕순과의 만남, 그리고 이석산과의 만남에서 독립운동가들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안중근은 우덕순을 보고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둘은 서로 느낀다. 이 사람은 나와 같이 가겠구나. 나와 함께 일을 치를 사람이구나. 또한 이석산 역시 100루블을 안중근에게 내준다. 안중근은 이석산에게 뺏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글쎄 이석산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의 조상님, 독립운동가들은 그 누가 말하지 않아도 나라를 지켜야한다는 마음은 똑같았다. 그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지언정 그 한분한분이 우리가 존경해 마땅할 분이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덕순', 그리고 '정대호'라는 분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어쩌면 역사가 조금만 바뀌었더라도 우리가 영웅으로 기억하는 선생님은 안중근이 아니라 우덕순이었을 것이다. 우덕순이 러시아 헌병에게 잡히지 않았더라면, 채가구에 남아있던 것이 안중근이었다면, 거사를 치른 것은 우덕순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안중근' 뿐이지만, '우덕순', '정대호', 그 외 우리 민족 모두가 독립을 염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한다. 우덕순 선생님은 안중근 선생님에 비해 후대에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에 실망하실까? 전혀 아닐거다. 그분들은 그저 자신들이 맞다고 생각한 일을 했을 뿐일 것이다.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안중근 선생님은 3월 26일 사형을 당하신다. 다음날인 27일은 부활절이다. 그리고 책에는 천주교의 부활 찬송가가 나온다
하느님의 어린 양 살해되시어
그 피로 우리 마음 거룩해지나이다
죽음의 사슬을 끊으시고
무덤 속의 승리자로 부활하신 이여
하느님의 어린양 살해되시어
그 피로 우리 마음 거룩해지나이다
안중근은 사람을 죽였다는 이유로 천주교에서 죄인으로 기록되어있다고 한다. 그 누가 안중근 선생님을 죄인이라고 매도할 수 있겠는가. 부활 찬송가에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생각해보면 좋겠다. 26일에 돌아가셔서 27일에 부활하신 안중근 선생님의 어디선가 계실거라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아서'이다. 어떻게 저런 삶을 살 수 있을지, 반성도 못하겠고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책을 읽으면서 기대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안중근 어머님의 편지이다. '이 어미는 현세에서 너를 보기를 원하지 않으니 다음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라는 내용을 담은 이 편지. 이 부분이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찾아보니 이건 가짜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아니고 일본 주지스님을 통해 나온 구설이라고 한다.
전반적으로 읽기 힘들었다. 아직 독서력이 갖춰지지 않은 나에게 좀 지루한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부분은 있었으나 보통은 그렇게 되기 전에 잠이 먼저 와버렸다. 책에 흥미가 있어야지 읽는 속도도 빨라지는데 전반적으로 재미가 없다보니 책을 계속 붙들고 있었다. 설날 동안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그게 무마된 느낌이 크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읽는다면 대찬성이다. 독립운동가들의 애국심을 잘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