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부터 2019년까지 여행지에서 느낀 저자의 생각들이 담겨있는 책이어서 읽는 동안 미소도 지어지고, 마음이 따뜻하고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책은 저자 특유의 천천함과 소소함이 묻어나는 일기들이다. 딱히 표현력이 좋다거나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계속 읽게되는 게 신기하다. 아무 생각없이 계속 먹게 되는 뻥튀기 같은 느낌. 특별한 맛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쉽게 물리지도 않는다. 솔직하고 담백하고 간결하면서도 떄론 엉뚱한 평범한 일기 같은 느낌이 매력인 것 같다.
읽다 보면 때론 '이런 글 나도 쓰겠다' 싶으면서도 때때로 그녀의 통찰력이나 나이에 맞지 않은 해맑음 같은 것들에 놀라고, 꾸밈이나 과장 없이도 여행의 진심이 전달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리하면 못 쓴 듯 잘 쓴 글이다.
책을 읽다보니 여행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같은 곳을 두 번 이상 방문했을 때 다르게 느껴지는 감성, 낯선 곳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과 맛있는 음식들, 때로는 잊고 싶은 불쾌한 기억까지 여행은 일상에서 느껴볼 수 없는 다채로움을 선사해 주는 것 같다.
여행은 근심과 걱정 대산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면 즐거울지'만 생각하면 되기에 언제나 부담없고 가벼운 마음이 생겨서 좋은 것 같다. 여행은 음식으로 기억하고 사진 속 순간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나머지는 기억하고 싶어도 증발되어 버리기 쉬워 아쉽긴 하지만 그렇게 기억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있는 다양한 감각들을 되살려 여행의 즐거움을 향유하는 시간이었다.
저자처럼 많은 곳은 가지 못하더라도 꼭 가보고 싶었던 장소를 방문해 공기를 마시고 냄새를 맡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치 즐거움만 찾아보고 싶은 여행의 향수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책으로 떠나는 짧은 여행도 좋고 저자처럼 구글 뷰로 떠나는 여행도 좋을 것 같다.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낼 생각만 하며 살아보는 것도 현실에서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문화권 속에 있을 때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한다. 책을 읽으니 정말 여행가고 싶다. 어디든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