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적 사고를 가장 쉽게 설명한 책
확률적 사고는 투자에, 그리고 우리 삶의 여러 의사결정과 회고에 너무나도 중요한 사고방식이다.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확률적 사고의 개념을 설명하기가 의외로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랐다. 인간은 확률적 사고에 대비되는 인과론, 결과론, 이원론, 노력 만능론 사고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 두뇌는 단 하나의 사례를 겪더라도 인과관계를 유추하고, 그 하나의 결과가 당연한 귀결이라 여기며, 한두 가지 요인을 원인으로 지목하고자 한다. 결과가 나쁘면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한 의사결정자를 탓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음을 탓한다. 반대로 노력하면 반드시 결과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모건 하우절은 《돈의 심리학》에서, 유년기에서 청년기에 이르는 경험이 그 사람의 전반적인 세계관을 만든다고 했다. 현재의 우리 성인-장년층은 유년기와 청년기에 어떤 경험을 했는가? 열심히 공부해서 대입 시험을 잘 치르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좋은 회사에 취업한다. 회사에서 맡은 바 업무에 집중하고 상사를 잘 따라서 좋은 성과를 내면(인사 고과를 잘 받으면) 승진하고 내 집 마련도 하여 훌륭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다. 반대로 그 경로에서 이탈한 사람들은 크나큰 위험에 노출된다. 모두가 한 길을 걸어가고, 몇몇 평가에 의해서 서열이 나누어지며, 그것이 소득과 사회 계층으로 직결되는 사회에 길들여진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확률적 사고를 받아들이기 힘들 거라 짐작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그런 사고방식이 통하지 않음은 곳곳에서 피부로 느껴진다. 이십, 혹은 삼십 대 젊은 창업가가 수천억 자산가가 될 수 있고, 조직에 귀속되지 않더라도 인플루언서로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다. 비단 특출한 몇몇만의 일이 아니라 주변에서도 다양한 부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죽하면 ‘부캐’(두 번째 정체성)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겠는가.
‘A를 하면 B가 된다’라는 사고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좋은 대학을 나오더라도 높은 소득이 보장되지 않고, 회사에 취업하더라도 회사가 언제까지 생존할지 모른다. 회사 내에서 나의 자리를 걱정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모든 직원이 회사의 안위를 면밀히 살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플루언서로서 돈을 벌기는 쉬운가? 유튜버 시청자로서 우리는 수십만~수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을 주로 시청하지만, 아래로 내려가 보면 구독자가 수백~수천에 그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채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콘텐츠 퀄리티가 상위 채널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지는 다양해졌지만 딱히 ‘이렇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라는 방법론은 더더욱 찾기 힘들어졌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더욱더 결과론적·인과론적 사고에 길들여진 어린 세대를 길러내고 있다. 아직도 아이들을 학원가에 뺑뺑이 돌린다.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하니 ‘창의성 교실’에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있다. 여전히 무엇이 중요한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확률적 사고의 힘》의 저자도 주장하다시피 확률적 사고의 핵심은 다양성과 시행착오다. 한 가지 선택지에서 원하는 하나의 결과를 100% 확률로 얻어낼 수 없다. 선택할 때 우리는 이 선택지가 가져올 결과가 어떤 형태로 분포하는지(좋을 때 얼마나 좋은 결과를, 나쁠 때 얼마나 나쁜 결과를 가져올지)를 추론해야 한다. 확률분포가 아무리 유리하다고 해도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유리한 확률분포를 가진 선택지를 다수 확보해 여러 선택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로부터 배우는 경험이다. 확률분포는 말은 쉽지만 실상은 수학적이고 이상적인 개념이다. 현실에 당면한 선택지에서 미래가 어떤 식으로 분포될지 우리가 완벽히 알 수는 없다. 계속해서 시도하고, 깨지고, 이를 발판으로 의사결정 원칙을 수정해나가야 한다. 칼 포퍼는 시행착오에 의한 오차 수정이 인간의 유일한 학습 방안이라고 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무척 힘들던 시절, 인도 경전 《바가바드기타》에서 큰 위안을 얻었었다. 이 경전에는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이 여러 번 되풀이된다. 결과는 하늘이 주는 것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자만해서는 안 되며,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옳은 일을 행하는 것, 실행하는 그 자체로 열반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다. 확률적 사고의 개념을 이해하고 이 구절들을 본다면 새로운 깨달음과 내적 평화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확률적 사고를 대중서에서 처음 접한 것은 나심 탈렙의 《행운에 속지 마라》였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평행 세계 개념(미래 어느 시점에서 70%의 나는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고 30%의 나는 야근을 하고 있다는 식의)은 매혹적이었다. 그러나 탈렙의 은유적이고 날 선 문체는 깨달음보다는 거부감을 더 쉽게 불러일으키는지라,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기에 곤란한 면이 있었다. 이후에 찾은 책은 마이클 모부신의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이었다. 확률적 사고를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해주는지라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수학적 예증이 많아 대중이 접근하기에는 역시나 ‘어렵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확률적 사고를 쉽게 설명하는 책을 찾다 찾다 발견한 책이 바로 다부치 나오야의 《확률적 사고의 힘》이었다.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유방 등 동양의 인물들로부터 확률적 사고를 도출하는 신선한 발상, 친절하고 쉬운 문체, 그러면서도 얕지 않은 깊이 등은 ‘추천하기 좋은 책’의 모든 요소를 갖추었다. 가뭄에 단비를 맞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