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조던은 어린 시절에는 별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마냥 별들을 즐길 수가 없었다. 별들이 혼란스럽게 흩어져 있는 밤하늘은 그에게 질서를 부여하고 알아내야 할 대상처럼 느껴졌다. 조금 더 성장해서 중학교 시절에는 꽃에 관심이 생겼다. 그는 꽃의 이름과 생명의 나무에서 차지하는 정확한 위치를 알고 싶어했다. 어떤 꽃이 어떤 꽃인지 구별하고, 그 꽃이 무슨 속이며 무슨 종인지를 밝혀나가기를 원했다.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그는 어떤 대상을 정확히 분류하고 그것들을 동정(생물의 분류학상의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일)하는데 관심이 많았다. 이런 생물에 대한 관심이 물고기로 이어져 어른이 되어서 어류 분류학자가 된다.
그는 역경이나 실패를 겪었을 때에는 좌절하지 않고 언제 슬픈일이 있었냐는 듯 훌훌털고 일어났다. 아내와 자식을 일었을 때에도 의연했다. 그가 평생을 바쳐 수집하고 명명했던 어류 표본들이 지진에 의해 엉망이 되고 그의 분류 업적들이 망쳐졌을 때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곧바로 자기가 해야 할 일 (이름표를 물고기들의 살갗에 꿰어 표본들을 보존액에 담구는 일)을 했다.
데이비드는 어류를 분류하는 일에 그의 생을 바쳤고 그의 업적은 학계 내에서 칭송 받았다. 그가 사회적으로 성공해나가면서 지위도 높아짐에 따라 그를 방해하는 일도 많아졌다. 그러나 그는 그를 방해하는 일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해나가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책의 전반부 줄거리는 대체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훌륭한 일대기를 다룬 위인전과도 같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라는 문구를 위에 적었는데, 훌륭해 보였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반전이 후에 나타난다.
데이비드 조던은 동물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퇴화가 인간에게도 일어난다고 믿었다. 이러한 사상은 '우생학'과도 연결되는데.. 인류의 쇠퇴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부적합자'들을 몰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생각을 적극 주장하며 실천으로도 옮겼다.
데이비드 조던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었던 '우생학' 지금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유전적 다양성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즉, 모든 종이 일률적으로 똑같다면 '동질성'을 가졌다면 변화하는 환경에 아주 취약해질 것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중요하지 않아보였던 생물들이 실제로 우리 세상에 엄청난 역할을 하는 것들도 많다.
책에서는 우생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다시 어류 분류학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온다.
초반부에는 데이비드 조던에 대한 전기가 주된 내용이고, 후반부에는 데이비드 조던의 소위 말하는 '빌런'적인 모습 그리고 우생학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다시 '어류 분류학'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온다. 저자는 대체 무엇을 얘기하기 위해 이렇게 빌드업을 하는 것일까?
그가 평생을 바쳐 연구해온 어류 분류학. 그런데 현재 분류학계에서는 '어류'라는 개념은 유효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책의 제목 그대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 속에 산다는 이유로, 헤엄을 친다는 이유로 모두 '어류'로 묶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만약 물속에 살고 헤엄을 친다는 이유로 '어류'로 분류하게 된다면 우리 인간도 '어류'로 분류될 수 있다. 어류에 해당하는 유전적 특징에 공통점이 있어야 하는데, 물에 사는 '어류'끼리 유전적 특징에 공통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사는 시점에 과학이고 진리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나중에는 틀린 것으로 밝혀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것 중에 진리가 아닐 수도 있을 만한 것들이 있는지, 현재 우리가 옳다고 믿는 이 생각이 후대에도 유효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