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학자의 논리적인고 질서정연한 글에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워낙 방대한 내용이기에 줄거리 요약보단 마음에 드는 문단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는 한 호주의 독자가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보낸 의견이다.
「아주 재미있지만 나는 때때로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 어떤 면에서는 그리도 복잡한 과정이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데서 도킨스가 느꼈던 경이를 나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 그러나 그와 동시에 10년 이상 나를 괴롭혀 온 우울증도 대개는 이기적 유전자 탓이라 생각한다. 내 종교적 인생관에 확신을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심오한 것을 찾으려 애쓰면서 믿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이런 맥락에서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모든 생각을 날려 버렸고, 이 책으로 인해 그런 생각들이 더 이상 하나로 합져지지 않게 되었다. 이 책은 몇 해 전에 내 인생에 큰 위기를 초래했다.」
아래는 이에 대한 도킨스의 의견이다.
「아마 우주의 궁극적인 운명에 목적은 없을 것이지만, 우리 중 누구라도 우리의 삶이 정말로 그 우주의 궁극적인 운명과 같은 운명을 갖는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아니다. 제정신이라면 말이다. 우리의 삶은 보다 더 가깝고, 보다 따뜻한 온갖 인간적 야망과 지각이 지배한다.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따스함을 과학이 빼앗아 간다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잘못이며, 나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느낌과는 완전히 정반대이다. 사람들은 절망에 빠지지도 않은 나를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
마지막으로 발췌할 문단은 '이기적 유전자'에서 내가 가장 주제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문장들이다.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진정한 이타주의의 능력이 인간만이 가진 또 다른 성질일 가능성도 있다. 나는 이것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는 이 점에 관해 가타부타 논쟁할 생각도 없으며, 이것이 밈을 거쳐 진화할 가능성에 대해 이러저러한 추측을 내놓을 생각도 없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음의 한가지 사실이다.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 실험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 줄 것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따질 정도의 지적 능력은 있다. 우리는 '비둘기파의 공동 행위'에 가담하는 것이 장기적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할 능력이 있으며, 이 공동 행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서로 논의할 능력이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 준 이기적 유전자에게 반항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이타주의라는 것은 자연계에는 안주할 여지도 없고 전 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존재한 예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가르칠 방법도 논할 수 있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