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화와 서점가에 화두가 된 인물이 있었다. 안중근이 그러한데, 영웅 혹은 위인으로 평가 받으며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인물로만 알고 있었다. 최근 안중근과 관련된 컨텐츠가 많이 등장하면서 안중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접할 수 있었다. 영화 '영웅'과 김훈의 오랜만의 신작 '하얼빈'에서 인간 안중근과 안중근 의사로서의 면모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역사적인 사실로서, 안중근이 이토히로부미를 사살하였다. 이를 통해 조국의 안녕을 도모할 수 있었다. 이것이 근현대사의 사실 그대로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인간 안중근의 고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이끌었다. 천주교 신도였던 안중근이 종교적 신념으로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사살해야함을 마주한 현실 속에서 안중근의 깊은 고뇌와 묵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김훈의 문체가 안중근의 고뇌와 함께 어울어져, 더욱 깊이 있는 고뇌가 느껴지게 한다.
하얼빈'은 안중근이 태어나기 전 보였던 북두칠성의 모습이나, 다른 철없는 아이들과 확연히 달랐던 남다른 유년기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는다. 소설은 아버지를 여의고 아버지가 된 안중근 의사로부터 시작된다. 김훈이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촬영하기 직전 안중근에게만 집중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 가장 궁금했던 것은 안중근 의사의 마음이었다. 세례까지 받은 독실한 카톨릭 신자가 어떻게 살인을 결심했을까? 나는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 신념 중 어느 것이 옳아야 하는지 궁금하다.
독립운동가로서 기억되고 있는 안중근 장군은 당시 세계평화주의자로서의 면모 또한 보여준 선각적인 지도자였다. 책에서 그를 ‘지나간 미래상’이라 일컫는 것은 바로 100년 전 안중근 장군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주장한 ‘동양평화론’ 때문이다. 안중근 장군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공동체 모델로서 한·중·일이 공동으로 동양평화회의를 구성하고 국제분쟁 지역을 중립화하며, 공동화폐를 발행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는 지금의 유럽연합(EU)과 같은 공동체 구상안으로서 그의 논리는 매우 합리적이며 진취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안중근 의사의 제안대로 한·중·일이 협력하였다면 동아시아의 역사는 지금과 매우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