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달러구트의 꿈백화점'은 다양한 장르의 꿈들이 있다. 동물이 되는 꿈, 타인의 삶으로 살아보는 꿈, 태몽, 산타클로스 꿈,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꿈 등 원하는 꿈을 사고 꿈을 깨고 난 후의 감정으로 값을 지불하는 후불제이다. 수많은 꿈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 인상 깊었던 몇 가지 꿈들이 있었다.
1. 트라우마 환불요청
소위 말하는 트라우마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흔한 이지만 일상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낀다. 달러구트의 꿈백화점에서는 꿈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게 돕는다. 트라우마의 계기가 된 상황을 꿈을 통해 반복적으로 접하게 하여 '꿈 따위에 동요할 필요가 없지!'라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된다. 악몽을 꾸고 달러구트에게 찾아가 계약을 파기한 사람들도 있는 반면, 이겨내고자 단단히 마음먹고 계약을 유지한 사람들은 결국 '자신감'과 '자부심'을 꿈 값으로 대량 지급하며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꿈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놀라웠다. 내게도 트라우마가 존재하고 그 일이 있는지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어쩌다 한 번씩 불쑥 떠오르곤 했다. 트라우마는 기억에서 지워질 때까지 꽁꽁 감춰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감춰두기만 하면 조금 희미해질 수는 있어도 결코 그 기억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다. 괴로울 걸 알면서도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 꿈을 계약한 사람들이 정말 멋졌고, 나 또한 피하지 말고 부딪쳐 자신감과 자부심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 익명의 손님께서 당신에게 보낸 꿈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은 익명의 손님으로부터 꿈을 예약받아 적당한 날짜에 원하는 사람에게 배송을 해준다. 이 서비스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자신이 죽고 난 뒤 적당한 때에 소중한 사람의 꿈에 원하는 모습으로 나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서비스이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말 보고싶지만 이제는 현실에서 절대 보지 못하는 사람이 꿈에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다. 책을 읽으며 현실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고싶은 사람과 추억을 회상할 수도 있고, 만약 내가 죽는다면 소중한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전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꿈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인상깊은 꿈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달러구트의 꿈백화점을 읽으며 꿈이 가진 힘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