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시기행 2를 선택한 이유는 유시민이라는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과 관심도 있지만, 약 10여년 전 아쉽게 돌아와야 했던 독일과
동유럽 여행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당시 약 14일 정도의 일정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를 여행하기 위해 즐겁게 떠났었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일정을 다 마치지 못한 채
일찍 돌아와야 했었다.
첫 유럽여행이었던데다가 마음이 잘 맞는 동료들과 함께 떠났었고 계획도 빡빡하지 않아 나름 여유있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독일에서는 나름 계획했던 일정을 끝내고 기분좋게 빈에 도착했고, 빈을 거쳐 프라하로 갈 생각이었으나 빈에서 계획했던 3일을 채우지
못하고 하루 반 만에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왔었다.
진한 아쉬움 때문이었는지 지금도 나는 빈을 생각하면 향수병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유시민 작가가 유럽을 다녀와서, 그것도 빈과 프라하에 대한 여행기를 썼다고 하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망설임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독일을 거쳐와서인지 내 기억속의 빈은 뾰족한 첨탑 위주의 고딕양식이 가득했던 뮌헨에 비해 아담하고 사랑스러운 도시였다.
그곳에 도착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운전자들의 보행자에 대한 매너였다. 왕복 1차선의 작은 이면도로에서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쪽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횡단보도를 약 10여미터 남겨놓았을 때쯤 내 뒤로 차 1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당연히 차가 먼저
지나갈 줄 알고 오히려 걸음을 늦춰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 그 차는 아직 횡단보도에 도착하지도 않은 나를 보고 횡단보도 앞에 멈춘 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근처에 보행자는 나 밖에 없었기에, 처음에는 그 사실에 당황하여 급하게 길을 건넜었다.
그 운전자 뿐만이 아니었다. 그 후에도 몇번이고 같은 양보를 받으면서, 유럽의 선진 교통문화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늘 바쁘게 움직이는 한국에 비해, 빈의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걸음조차 여유가 넘쳤다.
그에 반해 유시민 작가는 빈을 명성만큼 화려하고 세련미가 넘치지만 자신에게는 마음이 편하지 않은 도시라고 했다.
전통음식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맛이었고(단, 멜랑쥬는 제외하고) 성당과 박물관은 과거 합스부르크 제국의 힘을 느끼게 할 만큼
화려했다. 하지만 지금도 오스트리아의 셀럽인 시씨황후의 굴곡진 인생사와 모짜르트, 클림트와 같은 유명인들의 흔적과 훈데르트
바서의 공영주택과 세월의 풍파가 느껴지는 바그너 역사는 마지막에 빈에 정을 붙일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하였다.
헝가리는 중앙아시아에 살던 기마민족이 세운 국가로 헝가리어는 우리나라와 같은 우랄 어족이며 서양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성(family name)을 먼저 쓴다고 한다. 슬라브 족의 바다에 뜬 섬과 같은 존재였기에 나중에는 오스만제국과 합스부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고 나중에는 나치 독일과 소련의 지배까지 받게되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독립된 민주국가를 세우게 되었지만
작가의 눈에 비친 부다페스트는 슬픔 보다는 화려하고 명랑한 도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부다페스트라는 이름앞에 2019년 다뉴브 강에서 일어났던 유람선 전복 사고가 먼저 떠오른다.
또한 나치 독일 지배 당시 유대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유대인 학살도 많이 일어났던 터라 이를 추모하는 기념비가 곳곳에
세워져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다뉴브 강 앞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셨던 우리나라 관광객들과 나치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유대인들에게 추모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라하는 부다페스트보다 작은 도시로 관광객들이 걸어 다니기에도 좋다고 한다.
성에서 내려다 본 프라하 도심 사진과 카렐교 사진을 보면, 흔히 보던 유럽의 전경과 닮은 듯 하면서도 좀더 아기자기하고 사랑
스러운 느낌을 받았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라는 강연을 했던 곳으로 알려진 드레스덴은, 독일 내에서도 전쟁의 참혹함
과 평화의 소중함을 보여주는 도시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도시 한 곳을 집중적으로 포격하여 잿더미로 만든 곳은 드레스덴이 유일하다시피 하였기에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지만 나치의 만행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지금도 대대적인 추모식은 하지 않는다고 하니 지금까지 사과한번 제대로 하지 않는
우리의 이웃나라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인듯 하다.
가고싶어 하던 도시들을 좋아하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 둘러볼 수 있었기에 소확행 같은 시간이었다.
언제가는 꼭 나의 다리로 그곳을 따라 거닐어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