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저자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자신의 혼돈을 분류해서 정리해 줄 모델로 삼아왔으나, 그의 회고록 <한 남자의 나날들>을 통해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그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고, 결국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철학적 사고에 이르게 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어릴 적 그렇게 믿고 따르던 형의 죽음을 통해 원만함 대신 사물에 대한 분류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공들여 분류해 놓은 어류 도감을 평생에 한번 있을 까 말까 한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으로 원점으로 돌아가나, 특유의 낙천적인 사고방식은 바늘을 이용하여 나름 새롭게 분류하는 방식을 고안하게 된다. 이 일을 텅해 그는 인간이 한없이 보잘 것 없는 존재임을 깨닫고, 점점 자신의 목표에 대한 신념이 강해지고 그 밖의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무시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의 지질학자 교수인 루이 아가시의 섬 연구활동에 동참하게 되고 그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그 직전에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었고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다윈의 이론에 반대하는 우생학에 빠져들면서 인간 사이에서도 부적합 종자를 걸러내는 데 앞장섰다. 나름대로 판단하는 부적합, 부적격자들에게 불임의 수술을 강제로 시키는가 하면 공동체로 구속하여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게 하는 등 작가가 그토록 존경하는 그런 모습과는 정 반대의 삶을 살다 나이 여든에 죽음을 맞이한다.
스탠퍼드 대학 총장까지 역임했고, 과학계에서 많은 업적으로 이미 유명한 인물이었겠지만, <한 남자의 나날들>을 통해 그에 행위가 밝혀지면서 이런 인물을 재평가 하게 된다. 엄청난 성과를 냈지만 잘못된 판단이 저질러졌다면 벌을 받아야지, 후세에 추앙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나치와 다름없는 우원주의 선봉자였고, 우생학을 전면에 내세워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 자연을 무자비하게 짓밟은 것은 벌받을 일이다. 그런 그가 여전히 저명한 대학의 초대총장이었다는 후세의 칭송이 옳지 않다. 그롷기 때문에 스탠퍼드 대학과 인디애나 대학을 늦게나마 움직였을 것이다. 책을 읽어 나가는 중간까지도 별 특별한 내용의 베스트셀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며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행위가 반전을 일으키며 아, 이 책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 책이구나 짐작이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