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같은 제목의 드라마가 출시되면서 원작이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읽게 되었다. 한국계 미국인이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 대한민국 시대의 한 가족의 이야기를 소설로 집필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게 다가왔다. 그것도 그 시대의 '한국인' 이나, 그 시대를 살았던 '미국인'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한국계 일본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사실이 무엇인가 이질적이면서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특히 도입부 부분은 일제시대의 부산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특히 그 시절 부산역과 영도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지금 부산에 살고 있는 나에게 과거의 부산역과 영도를 상상하며 글을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금도 영도는 부산에서도 특히 고령화가 심하고 낙후된 동네라는 인식이 있는데, 특히 그 시절 영도는 부산과 구별되는 별개의 행정구역으로 어업에 종사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도시였던 것이다. 그 곳에서 하숙업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훈이와 양진의 모습은 일제강점기 시절 대다수의 조선인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훈이와, 그와 결혼하여 일평생 가난과 일에 허덕이며 사는 양진의 모습에서 그 시절 한국인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는가 느껴지며, 오늘 날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이런 소설을 읽고 있는 나의 모습과 너무나 대비되는 느낌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대다수의 하층민 신분인 한국인들의 삶을 그리다보니 인간 본연의 모습, 특히 인간의 본능과 욕구를 가감없이 표현해내는 서술도 이 소설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조선인이었지만, 일본에서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고한수와, 그를 사랑하게 된 양진의 딸 선자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아무리 고통스러운 환경 속에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에게 내재된 본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물론 고한수는 일본에 아내와 자식이 있었고, 이를 모르고 자신을 내준 선자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았을까. 이후 선자를 중심으로 고한수의 아들 노아와 선자를 불쌍하게 여겨 그녀를 아내로 맞이한 백이삭 이들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에 나는 어느새 몰입하게 되었고, 역사에 흐름에 한 가족이 어떻게 휩쓸리고, 어떻게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지 숨을 참으며 읽어나갔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살아남기 위해 끝도 없는 노동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노동의 본질은 무엇인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노동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1편을 덮자마자 2편을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