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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세계문학전집266)(개정판)
5.0
  • 조회 399
  • 작성일 2022-11-30
  • 작성자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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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 공화국 프랑스는 관용으로 건설되지 않는다. 자살이란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비록 인간의 정의가 너무나 불완전하다고 해도, 인간의 정의를 완수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선택이다. 우리는 정직함을 필사적으로 견지함으로써 그 불완전함을 교정하고자 한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라고 알베르 까뮈는 말 하였다.

이방인은 작품 그 자체로 보나 20세기 서사 형식의 역사에 있어서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 작품으로 출판 당시부터 하나의 문학적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이 소설을 2차 대전 종전 후 최대의 걸작으로 평가했고 이 짧은 소설을 '건전지의 발명'과 맞먹는 사건이라고 압축했다. 이 작품을 투명한 한가지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놀라울 정도로 간결한 이야기, 단순하지만 기이한 성격의 주인공, 교묘하고 대담한 서술방식의 선택, 재판의 세계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아이러니, 정직한 주인공의 행동과 말과 침묵을 암암리에 떠받치는 명철한 형이상학, 햇빛 밝은 바닷가 알제리에 대한 관능적인 환기력 등 다양하고 이질적인 요소들이 이 소설의 다하지 않는 저력이 되고 있다. 이방인은 실제로 가장 '적게 말하는 작품'으로 설명을 배제한 객관적 묘사가 그 중요한 특징이다. 알베르 까뮈의 세계는 삶의 기쁨과 죽음의 전망, 빛과 가난, 긍정과 부정 등 '안과 겉'의 양면이 언제나 맞물리어 공존하는 세계이다. 그는 일찍부터 삶에 대한 기쁨과 동시에 어둡고 비극적인 또 다른 면을 뚜렷하게 의식했다. 이방인은 바로 이 허무감의 표현인 동시에 이 허무감 앞에서의 반항을 말해 준다.

이방인은 사실주의도 아니고 환상적 장르도 아니다. 까뮈는 이방인을 오히려 육화된 신화, 그것도 살과 열기 속에 깊이 뿌리 내린 신화로 보고 있다. 글 중 뫼르소에게는 긍정적인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거부의 자세이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지도 않은 것을 있다고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말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도 의미한다. 뫼르소는 판사들이나 사회의 법칙이나 판에 박힌 감정들의 편이 아니다. 그는 햇빛이 내리쬐는 곳의 돌이나 바람이나 바다처럼(이런 것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존재한다. 까뮈가 그린 뫼르소는 표류물과 같은 존재는 아니다. 그는 가난하고 가식이 없는 인간이며 한군데도 어두운 구석을 남겨 놓지 않는 태양을 사랑한다.

까뮈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단연 죽음이었다. 이방인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로, 즉 자연적인 죽음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뫼르소는 살인을 저지른다. 그래서 감옥에 갇히고 재판을 받고 사형 선고를 받는다. 이방인을 읽는 독자는 그 죽음의 이야기가 비극적이라고 느낄 수는 있어도 음산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그 속에 삶의 기쁨과 햇빛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장례식으로 시작된 소설은 사형선고를 받은 뫼르소의 죽음에 대한 명상으로 마감된다. 사형 선고라는 무자비한 메커니즘이 인간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텍스트의 암시적 지표들 속에 숨어 있는 죽음은 이방인 전체의 주제인 동시에 그 형식을 지탱하는 창조적 충동으로 작용한다. 한편으로 어머니의 죽음과 뫼르소의 사형은 소설의 양쪽 끝, 즉 소설이 시작되기 전과 소설이 마감된 뒤에 어느 지점으로부터 '숨결' 혹은 '바람'의 모습으로 불어와서 소설의 한복판, 살인이라는 구심점에서 서로 만난다. 이 소설의 참다운 주제는 삶의 찬가, 행복의 찬가이다. 삶과 죽음은 표리 관계를 맺고 있다. 필연적인 죽음의 운명 때문에 삶은 의미가 없으므로 자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간결한 문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 극한의 시련이 눈 앞에 있는데도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답하기 어렵다. 아니 진실을 고집하다가 죽는 것 보다는 거짓을 말하고 사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죽고 싶지 않으니까. 살고 싶으니까. 아직은 살아서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그렇게 살다가 언젠가는 죽겠지만.. 간단히 답 할 수 있는 명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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