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연료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자와는 달라서 고갈되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는 연료는 계속 생산됩니다. 마치 봄의 계절이 돌아와 세계의 새순이 돋듯이 새순이 돋아 먼 세상으로 여러 방향으로 뻗어가듯이 사랑은 생겨나고 성장하면서 움직입니다. 정호승 시인이 "여행"이라는 시에서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의 오지뿐이다" 라고 썼을 때 그리고 연이어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선산뿐이다. 라고 썼을 때 사람의 마음이 지닌 지형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꼴짜기, 사람의 마음이라는 외딴 곳, 사람의 마음이라는 높은 곳, 사람의 마음이라는 신성한 곳을 생각하게 됩니다. 정호승의 시편들은 우리에게 사랑의 여행자가 되라고 권합니다. 눈으로 덥혀 흰 이마가 빛나는 설산을 찾아가라고 말합니다. 사랑을 찾아 떠나서 아예 돌아올 생각조차 갖지 말라고 말합니다. 사랑의 여행자가 되어 창공에 먼지처럼 흩어져버리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찾아가는 곳은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의 내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대 빈들에 비오는 사람 이 짧은 두행의 구절을 읽는 순간의 경험은 참으로 이상한 맛이었습니다. 물론 아무도 없는 텅 빈 들판이 눈에 먼저 보였습니다. 그리고 빗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텅 빈 들판에 비가 서 있습니다. 비는 들판의 저 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비는 들판의 저 끝까지 가고 있습니다. 비에게는 사랑의 거처가 지금 없습니다. 이 세상에 처음온 우리의 초상처럼 비는 서 있습니다. 우리는 처음에 그처럼 서 있었을 것입니다. 혹은 마지막에도 우리는 그처럼 서 있을 것입니다. 사랑은 탄생햇 머무러고 지속되며 성장합니다. 마치 달의 빛이 차로르듯이 반달이 보름달이 되듯이, 그러나 사랑은 어느 날 낙엽이 지고 화려함이 사라집니다. 마치 달의 빛이 이울듯이, 보름달이 반달이 되듯이 낮의 시간이 석양의 시간을 지나 밤의 시간으로 나가가듯이. 아무도 반달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반달이 보름달이 될 수 있겠는가 보름달이 반달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그 얼마나 오만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