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중년 남자가 70대 여성의 지갑을 주워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청파동 골목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얼마 전에 동아리에서 「불편한 편의점」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는 우선 책 구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동네 도서관을 다 뒤져 받지만 모두 대출 중이었다. 그러다가 간신히 한 곳에서 책을 빌릴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나니 이 소설이 왜 대출이 그렇게 어려웠는지 이해가 갔다. 그만큼 인기가 있어서였는데, 이 책이 100만 부 이상이 팔렸다는 신문기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설의 주인공 사내의 이름은 독고. 그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느렸다. 편의점 일을 잘 해나갈지, 손님을 제대로 상대할지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적응력이 빨랐다. 손님들을 잘 대해줄 뿐만 아니라 손님들의 얼굴에 쓰여 있는 고민도 재빨리 파악하여 따뜻한 조언도 서슴지 않았다. 하여 편의점에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중년 남자는 편의점 알바를 자기 사업처럼 정성을 다하여 수행하면서 여러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사내가 진심으로 쏟아내는 마음 씀씀이와 태도를 보며 나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감동도 받았다. 책 모임에 참석한 대부분의 회원들도 이 책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불편한 편의점」은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어 베스트셀러로서의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다. 편의점이라는 친근한 소재와 함께, 나이 든 중년 남자와 여인을 중심으로 여러 명의 젊은이도 소설의 주요 인물로 등장해서 이 작품이 세대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편의점에 모여 인생 문제도 해결해 간다는 면에서 우리가 평범하게 대해왔던 편의점이 동네 사랑방 기능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작가가 시나리오도 친근해서 그런지 이 작품에서 만화 보는 느낌도 들었다. 구어체가 감칠맛 나고, 대사와 지문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었다. 여성스러운 문체를 사용하여 여성의 섬세한 감성도 잘 잡아내고, 소설 읽으면서 힐링이 되었다. 각 장마다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다르게 조망하는 기법도 책의 매력을 더했다.
편의점 사장 염 여사는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한 인물. 장사가 잘되지 않지만 편의점 사업을 접지 않는 이유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생계가 염려되어서다. 자신의 지갑을 주어진 사내가 노숙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자신의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로 채용하는 염 여사의 담대함도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중년 남자 독고는 내유외강으로 완벽한 인간으로 묘사된다. 염 여사 같은 여인이나 독고 같은 중년 남자를 현실 세계에서는 찾아보기 싶지 않겠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그런 인물을 대할 수 있기에 우리는 소설 읽으면서 대리만족이나 힐링을 느끼지 않은가.
「불편한 편의점」은 8편의 단편이 서로의 연관성을 가진 듯이 소설을 구성하고 있다. 하여 같은 인물, 같은 줄거리를 지닌 연작 단편을 모아 놓은 장편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소설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그중 인상적인 인물과 사건이 여럿 있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청파동에 글을 쓰러 들어온 30대 희곡작가 인경이 그중 하나. 매일 밤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참깨 라면, 참치김밥, 참이슬) 세트로 혼술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의 모습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타까운 풍경이 이었다. JS라는 진상 고객을 꼼짝 못 하게 처리하는 독고의 능력은 통쾌했다. 독고가 손님에게 관심과 배려로 원 상품을 권하는 모습은 정말로 따뜻했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우리 사회의 민감하고 아픈 구석인 갑질 문화, 감정노동자 보호, 청년실업 문제도 건드리고 있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너무나 팍팍하고 불신이 만연되어 있다. 뉴스를 보면 겁부터 난다. 어떻게 하면 남의 흠집이나 잘못을 들춰 내어 창피를 주고, 고발할까 눈에 쌍심지를 돋우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얼른 TV나 인터넷 뉴스창을 닫곤 한다. 무서운 세상이라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소설을 읽는다. 소설에서나마 따뜻한 세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