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소설의 메인이자,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식에는 '인간관계', 그리고 '가족'이 있다.
대표적으로 사토코와 유키코의 관계이다. 둘은 친자매이고, 날 때 부터 상반된 성격과 외모 등을 가지고 있어 대립구도로 세우기 좋은 등장인물이다. 그 둘의 남편인 류스케와 다케히코 역시 마찬가지 이다.
언니인 사토코는 전형적인 현모양처이며 제약회사에서 근무했을 정도로 성실했다. 반면 동생인 유키코는 남성편력이 화려했고, 어딘가 가벼워보이는 여자이다. 둘의 관계는 이제 더는 신선하지 않을 정도로
다뤄진지 좀 된, 서로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는 관계이다. 상반되는 두 사람을 보여주고, 서로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질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미디어에서 꽤나 많이 보이는 양상이다.
이 소설의 경우, 그 정도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친자매이기 때문에 서로를 죽일만큼 미워하지는 않는다. 부도덕한 짓을 하게 만드는 열등감이지만 그정도로 심각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 관계가
그 둘의 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딸들은 서로 연결된 정도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사토코의 딸인 가요는 엄마와 이모의 관계를 은근히 눈치채고 있다.
류스케와 다케히코 역시 상반된다. 다케히코는 사토코와 닮았고, 류스케는 유키코와 닮았다. 작 중 제 3의 인물 역시 '다케히코와 사토코가 부부가 되었어야 했다.'라는 말을 남긴다. 그러나 소설 속에선 사토코와 류스케가 결혼했고, 유키코와 다케히코가 결혼을 했다. 작가는 이러한 설정만으로도 인물들의 관계를 완전히 꼬아버린다. 첫 시작은 결코 잘못된 시작이 아니었지만, 추후에 보면 모든 단추가 잘못 꿰어진 셔츠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설에 함정을 만들음과 동시에 '개연성'을 준다.
어찌보면 이러한 설정들이 반전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나는 중간 즈음에 계속되는 반전에 조금 지칠 것 같았다. 물론 그 속에는 소설에 꼭 필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는 큰 반전들도 있었지만, 반전을 너무 남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읽는다면 지겹다고 느껴진 반전은 반전이라기 보다 그냥 내가 '모르는' 이야기 였을 뿐,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었고, '진짜' 반전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하나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의 반전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사실 이 책의 결말이라고 할까, 큰 줄기의 진실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초반에 짐작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촉이 맞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계속되는 반전에 새로 생겨나는 의심들을 지울 수가 없고,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트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중간 중간에는 정말로 중요한 사실들을 넣기 때문에 속고, 정보를 얻고, 속고, 정보를 얻고의 반복이 된다. 막장 드라마가 인기가 많은 것과 비슷한 원리인 것 같다. 넘쳐나는 반전에 지칠 것 같다가도 결국 그 속에 숨겨진 진실들이 너무 흥미로워서 계속 보게 된다. 욕하면서도 막장 드라마를 끊을 수 없는 것과 같았다.
일상에서도 하나의 사건을 볼 때, 정말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고, 그래야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글 구성 같기도 했다. 사람들이 쉬이 들으려 하지 않는 어린아이의 증언에서도, 모두가 미쳤다고 생각한 사람의 증언에서도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 우리가 단순한 표면만 본다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상황, 감정,성격, 시선등의 모든 것이 중요한 요소이며 가끔은 몽땅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반전을 주는 구성을 통해 나를 소름끼치게 했고, 이러한 종류의 소름이라면 여름에 읽기 딱 좋다고 생각했다. 마침 작 중 배경도 여름이며, 여름 특유의 짜증나도록, 오존층이 뚫린 것 처럼 느껴지는 뙤약볕 감성을 잘 표현했다. 공포영화는 싫어하지만 서늘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여름이 가기 전에 '백광'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