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으로 농민이 봉기를 일으키고, 임오군란과 청일전쟁의 발발 위협 속에 처한 조선의 위기. 그야말로 풍전등화이다. 왕자 이언은 실사구시의 인물이다.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단발을 단행하고 병과 똑같이 군사훈련에 참여했다. 그리고 왕실은 귀족 가문 여자와 결혼한다는 전통을 버리고 장학원 출신의 기녀 부용과 결혼하려 한다. 왕자가 기녀를 후첩이 아닌 정실로 결혼하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왕자 이언의 선구자적이고 개혁적인 면모를 짐작할 수 있다. 왕자 이언의 정혼자인 부용은 영어, 일어, 독일어에 능통한 유능한 재원으로 말타기와 활쏘기에도 능숙했다.
중전 민 씨의 하명으로 많은 쌀을 군인들에게 공급하는 어려운 일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당찬 신여성이다.
어느 날 일본은 조선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게 되고, 궁궐을 무차별 포격하여 왕과 왕비를 볼모로 삼았다. 그 궁궐 폭격에 저항하던 왕자 이언은 청일전쟁을 예감하고 평양으로 향했다. 평양을 향하다 일제에 의해 인천 제물포 유곽에 갇히게 되었다.
번번이 탈출에 실패하던 이언은 독일, 미국, 러시아 공관의 사람들을 불러 부용과 성대하게 결혼식을 치른 뒤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
결혼식은 각국 공사 사람들의 융숭한 환대 속에 성대하게 거행된다. 결혼 후 일본의 감시를 극적으로 따돌리고 왕자 이언은 평양으로 탈출한다. 그리고 몇 개월 뒤 평양 대전투에 참가한 이언은 치열한 교전 끝에 전사한다. 부용은 떠내려온 이언의 시체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조선의 왕자 이언과 무녀 부용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라는 말에 끌려서 신청하게 된 도서.
잔잔한 사랑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만행도 살짝 있고 조선의 역사도 살짝 있고 나라를 위해서 왕자라는 신분을 던져 버리고서라도 일본을 조선에서 몰아내기 위해 직접 전쟁에 참여한 왕자 이언. 또 왕자 이언을 사랑하고 그에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여자가 아닌 것처럼 용감하고 당당하게 왕자를 도우며 나라를 걱정하는 당찬 여자 부용. 어찌 그리도 예쁜 얼굴과 함께 마음도 예쁘고 당찬 기백을 가지고 있는지 저도 그 시대에 있었다면 부용에게 흠뻑 빠졌을 것이다. 또한 무녀인데도 어쩜 그리도 지혜로운지.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도 읽어서 인지 일본의 만행에 대한 부분에서는 속이 터지고, 더 화가 난다. 나쁜 놈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을 제대로 꼬집어 이야기 하면서 부용을 그리워하고 이언왕자를 기억하여 오스트리아 빈에서 [코레아의 신부]를 발레로 초연한 하인리히 레겔.
그는 진정 조선을 위하고 부용을 사랑한 외국인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동양에 대한 사소한호기심으로 형을 따라온 하인리히 레겔이었지만 일본의 만행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 애틋하고 멋진 사랑을 마주하게 된 그에게 조선은 오래동안 아주 애잔한 곳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