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 1910년대 부산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던 훈이와 딸 선자가 살고 있었다.
선자가 13살 무렵 아버지가 폐결핵으로 죽게 되면서 우연히 일본에서 자란 한국인 어업 중개인 한수를 만나게 되고,
어린 선자가 제 엄마 또래인 유부남 한수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임신한 것이 소설의 출발이다.
일본에 딸이 셋이나 있는 유부남이었던 한수를 사랑하지만 첩으로 지내라고 하는 한수의 제의를 거절하고
결핵으로 죽을 위기를 선자 모녀역에 넘긴 젋은 목사 이삭이 선자를 일본으로 데려가 결혼하기로 한다.
선자는 원래 일본에서 목사 생활을 하려 했던 이삭을 따라나서며 그렇게 일본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삭의 형 백요셉의 부부와 함께 생활마녀 첫째 노아, 둘째 모자수를 낳아 힘든 생활을 견디며 그나마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중 이삭이 경찰에 끌려가게 되고 언제 다시 풀려날지 기약 없는 날들이 지속된다.
어느날 예고 없이 감옥에서 풀려난 남편 이삭은 집으로 돌아오지만 워낙 건강하지 못했던 그는 출옥 얼마 뒤 숨을 거두고,
역사 및 사회와 무관하게 살고자 했던 요셉 역시 원자폭탄 투하 때 심한 부상을 입으면서 가족의 삶은 크게 흔들린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게 될 거란 소식들이 간혹 들리는 가운데 선자 앞에 나시 나타난 한수는 그동안 그녀의 가족들에 관련된 일들을
자신이 다 손을 써서 도왔던 사실을 말하며 곧 오사카에 미국의 폭격이 시작될 것이니 가족과 함께 시골로 옮기라는 말에 몇 년간 시골 생활을 하고 다시 오사카에 돌아온 선자의 가족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해나간다.
역사는 사람들을 저버렸지만 상관없다. 라는 첫문장.
지금의 상황과 그 당시의 상황을 비교하는건 너무 바보 같은 일이지만, 지금도 역시 세계는 혼란스럽고 경제도 흔들린다.
하지만 그냥 우리는 살아가고, 좌절하지 않고, 상관하지 않는다.
누구도 완벽하게 행복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불행을 비켜 갈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이야기가 성실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전달된다. 큰 욕심을 내지 않는 인물들의 순박한 마음과 행동에 감동하고, 이삭이 친아들이 아닌 노아를 섬세하게 사랑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이렇게 감동적일 수 있던 이유는 우리들의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