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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5.0
  • 조회 467
  • 작성일 2022-10-31
  • 작성자 정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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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역사책에서 서너줄로 배운 안중근 의거가 한 편의 영화처럼 다가왔다. 역사책 속에 박제된 인물이 아니라 스러져가는 조국과 그 속에서 처절하게 저항하는 민중의 고통을 서서히 체화시키며 숭고한 결단을 내리는 인간 안중근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저항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나라를 넘겨주는 위정자들과 왕족들의 행태를 보며 한편으로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 다른 한편으로 그 울분이 위안으로 바뀌는 것은 나약하고 굴종족인 위정자들과 달리 항거를 포기하지 않는 민중들에게 위안을 느낀다. '이토는 조선 사대부들의 자결이 아닌 무지렁이 백성들의 저항에 경악했다. 왕권이 이미 무너지고 사대부들이 국권을 넘겼는데도, 조선의 면면촌촌에서 백성들은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
이런 역사적 전환기에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하기로 결단하는 순간은 우연과 운명이 뒤섞여 빚어지는 전율로 가득하다. 암울한 미래에 고뇌하면서도 간도와 연해주 일대를 떠돌던 안중근의 하숙집으로 신문지 한 조각이 흘러드는데, 그 위에는 통감 공작 이토가 대한제국의 위상을 격하하고 일제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교묘히 연출한 순종 황제의 사진이 실려있다. 사진에 암시된 일제의 야욕을 감지한 안중근은 즉시 마음을 정하고 이토가 방문할 하얼빈을 향한 생애 마지막 여정에 오른다.
작가는 안중근의 의거를 "세상에 맨몸으로 맞선 청년들의 망설임과 고뇌, 그리고 투신"으로 비유하면서 그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 의거 속에는 어떠한 세속적인 계산이나 이권, 개인적 영달 등은 자리하지 않고 있다. 그저 한국 청년 안중근의 대의는 "동양 평화"였고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선 것이었다. 김훈이 그리는 안중근은 희망이 모이지 않는 시대에 온몸으로 길을 내며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안중근이 지녔던 젊음의 패기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환상은 그의 생명과 함께 부서져간다. 안중근이 부딪혔던 벽은 그로부터 백여 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한 듯하다. 그렇기에 거대한 세상에 홀로 맞선 안중근의 생애은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과 탄식을 자아낸다.
이 소설에서 안중근의 완벽한 포수가 느낄 수 있는 순간의 고뇌와 번민을 가장 예술적으로 보여주는 문구를 꼽아본다.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가늠쇠 너머에 표적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표적으로 시력을 집중할수록 표적은 희미해졌다. 표적에 닿지 못하는 한줄기 시선이 가늠쇠 너머에서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보이는 조준선과 보이지 않는 표적 사이에서 종구는 늘 흔들렸고, 오른손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는 방아쇠를 거머쥐고 머뭇거렸다........(중략) 그러므로 이토를 조준해서 쏠 때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절망감과 복밭침, 그리고 표적 너머에서 어른거리는 전쟁과 침탈과 학살과 기만의 그림자까지도 끊어버리고 둘째 마디의 적막과 평온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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