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인생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과 정유정의 <7년의 밤>,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꼽았다. 세 권을 각각의 이유로 좋아하지만 공통점이라면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몰입감이 높다는 것. 그 중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너무나 품위가 있는 소설이라 읽는 내내 나의 격이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는 했다. 그렇게 좋은 독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던 차에 유튜브에서 가끔 영상을 보곤 하는 ‘밀라논나’님이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을 추천하시는 것을 보고 이 작가가 필명으로 <라스본행 야간열차>를 썼던 작가임을 알게 됐다. 이 사실은 최소한 나에게 만큼은 <자기 앞의 생>의 작가 에밀 아자르와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의 로맹 가리가 동인 인물인 것만큼의 놀라움이었다. 게다가 품위 있다고 내심 생각한 소설의 작가가 삶의 격에 대한 철학서를 집필했다니 나의 통찰력에 대한 뿌듯함을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다.
‘밀라논나’님은 자신의 존엄성과 격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생존하기 위해 이 책을 두고두고 읽으신다고 하셨는데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의 부제는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으로 그녀가 꿈꾸는 누추하지 않고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삶의 모습과도 결이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나 역시도 멋있게 나이 들고 싶다는 삶의 목표가 있기에 두고두고 읽게 될 책이 될 것 같다.
삶의 격은 곧 존엄성이다. 존엄성을 지키며 격을 떨어뜨리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으로 1. 독립성으로서의 존엄성, 2, 만남으로서의 존엄성, 3. 사적 은밀함을 존중하는 존엄성, 4. 진정성으로서의 존엄성, 5. 자아 존중으로서의 존엄성, 6. 도덕적 진실성으로서의 존엄성, 7. 사물의 경중을 인식하는 존엄성, 8. 유한함을 받아들이는 존엄성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존엄성의 본질은 수단이 아닌 그 자체가 목적이며 삶의 의미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지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의 정리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