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에센셜 시리즈를 눈여겨 보고 있던 중 전에 조지 오웰 편을 감명 깊게 읽고 나서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가 궁금해졌다. 버지니아 울프는 1970년대 이후 여성 문학 비평의 중심이자 오늘날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유명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작가에 대해 알아보니 울프는 당대 여성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하는데서 출발해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불리는 모더니즘 스타일의 글쓰기로 내면에 솟아나는 질문들을 자유롭게 탐구하고 그 안에서 삶의 리얼리티를 발견했던 작가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평가만 봐도 작가의 세계관이나 신념을 유추해볼 수 있는 점이 있었다.
내가 그 전에 좋아하던 작가들과는 성향이나 문체가 좀 다른 경향이 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삶에 대한 시각과 신념, 생각들이 많은 부분들이 일치해 공감이 많이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로같은 언어 마법을 보여주는 명성이 그녀의 책을 보니 명확히 와닿는 것 같았다.
단편소설들은 너무 흥미진진해서 역시 이 작가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고, 작가가 인간을 바라보는 애정 같은 것이 느껴졌다.
특히 여성이 자유로운 삶을 누리는데는 꼭 필요한 두 가지 요소로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의 ‘고정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내세운 에세이 『자기만의 방』은 ‘자기만의 ○○’ 혹은 ‘자기만의 것이 아닌 ○○’(으)로 패러디 되며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에 대해 다양한 논의들을 양산해 왔다.
이 책에는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이 된 「자기만의 방」과 그 방을 채우고 공유하는 일로 논의를 확장한 「런던 거리 헤매기」 외에도 「유산」, 「큐 식물원」 등 네 편의 단편 소설을 엄선해 담았다.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어 마음에 드는 책이었고,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로서 작가가 들려주는 정치적 목소리뿐만 아니라 20세기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작가로서 그녀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