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다루는 책을 평소에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책 뿐만 아니라 일단 헌법이라는 것 자체를 일상 속에서 생각 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만의 공간이 아닌 타인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 헌법은 우리와 직결되어 있다. 헌법은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에 근간을 두고 있다. 결국 헌법이 피라미드식으로 구성된 법의 우선 순위에서도 가장 꼭대기를 차지 하는 이유는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개인의 우위에 존재 할 수 없으며 모든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 하에 사회적으로 보장 된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은 나와 타인, 사회를 이루는 개인 모두에게 약속된 하나의 진리이자 사회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이성과 지성을 가지며 이는 인간이 존엄성을 주장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성적이며 지적인 존재이다. 이 점에서 많은 가치와 정의가 충돌 하게 된다. 세상이 명확히 옳고 그름으로 나뉘면 간단하고 좋겠지만 80억의 개인이 존재하는 지구에서,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은 결코 하나의 답을 내놓을 수 없다. 진리와 절대적 가치는 결코 영원하지 않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사회가 우선시 하는 가치는 변하게 된다. 사회 속 개인은, 변화하는 가치의 혼재 속에서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필히 각자의 가치가 충돌 할 수 밖에 없다. 법은 각 개인의 자유와 인생관이 충돌할 때, 상대적인 답안을 제시하는 제안서이며 해답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개인이 가지는 자유에 대한 책임은 각 개인이 짊어져야 할 무게이다.
이 책은 법치주의 사상에 따라 여러 법 조항의 역사적 근거와, 각 조항에 대하여 끊임없이 시사점을 던져주고, 또한 그에 대한 관련 판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그 내면에서는 자유를 바탕으로 타인과 공존하는 사회에서 개인이 가져야 할 사고방식에 대하여 설명한다.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한다. 유튜브 및 다양한 인터넷 기반의 커뮤니티가 점차 확장되고, 그에 따라 극단적인 흑백논리와 혐오의 표현이 여과 없이 사회 전반적인 기저에 깔리게 된 요즘인지라 더욱 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멀리하고 인터넷을 가까이 할 수록 사고의 흐름은 옳고 그른 것을 명확히 나누려고 하고 나의 의견과 상반대는 의견은 오답이며 나의 생각 만이 정답이자 정의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사실 사형 제도도, 관습처럼 이어져오던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와 아동, 노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사례 등 해당 주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다. 이전에는 이 주제에 대한 건설적인 토의 내지는 토론이 가능했다면, 요즘 시대엔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급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넘어가 혐오 표현의 사용 까지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타인의 의견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를 부정하고 공격하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이 사회와 국가의 기반이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서로의 존엄성을 인정해야 하며, 그에 따라 각 개인의 표현의 자유 또한 존중 하여야 한다. 존중의 결여가 불러올 미래는 결코 긍정적인 방향은 아닐 것이다.
사실 책에 정말 많은 내용이 담겨 있는데,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느낀 점을 글로 정리 할 수가 없다. 첫번째로 내가 받아들인 많은 내용을 정리하기에는 나의 글쓰기 능력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고, 또 그로 인해서 내가 책의 내용을 와전시킬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쉽게 읽히지만 내용이 쉬운 책은 아니라 느낀 점을 명확한 문장으로 표현하는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몇가지 구절과 함께 글을 마무리.. 합니다
P. 31
인간의 존엄성은 최고의 헌법적 가치이자 헌법과 국가의 존재 이유다.
P. 68
결핍이 변화를 낳는다. 모두가 현재에 만족하고 머무른다면 인간은 아직도 동굴 안에서 나뭇가지 모아 불 피우며 살고 있었을 것이다.
P. 77
법치주의는 단순히 제도여서는 안 된다. 사고방식이어야 하는 것이다. 법치주의는 법이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누구든 권력을 함부로 행사하지 말고 항상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시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회가 진정한 법치주의 사회다.
P. 79
법은 정의로워야 하지만, 동시에 예측 가능해야 한다. 신중하지 않은 선의는 왕의 변덕과 다를 것이 없다.
P. 99
무엇이 온당한지 불온한지는 당대의 지배적인 가치관이 결정한다. 시대가 달라지고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면 그 기준도 달라진다. 다양한 생각의 공존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P. 130
신중함, 상대주의,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법치주의적 사고방식’이 시민사회 속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명제가 강조되는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가 소셜 미디어 시대의 ‘집단적 표현의 자유’라고 하겠다. 강한 힘에는 강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P. 161
위기는 자유를 사치로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자유는 위기의 시대일수록 소중히 지켜야 그것을 영영 잃어버리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P. 223
과거의 해법으로는 풀기 어려운 미래사회의 평등은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서만 이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의 토대는, 다시 한번 인간의 존엄성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