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근무가 많은 나는 주말에 서울집에 가면 서울 구경을 자주 한다. 서울은 지방에서 볼 수 없는 궁궐이 있고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역사와 문화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서울 구경은 항상 새롭고 즐겁다. 저자는 서문에서 서울 답사기를 쓰고 싶었던 것은 서울을 쓰지 않고는 우리나라 문화유산답사기를 썼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도 저자의 생각과 같다. 서울을 구석구석 돌아보지 않고는 우리나라를 돌아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서울답사는 우리나라 답사의 시작이고 최고봉이라 생각해 이 책을 망설이지 않고 선택하여 책속에서 즐거운 서울 답사를 할 수 있었다.
저자는 서울 답사를 종묘로 부터 시작하고 있으나 사실 나는 종묘를 방문한 적이 없다. 나에게 종묘는 개방된 공간이 아닌 닫혀진 공간이었기에 종묘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조선왕조 500년이 남긴 수많은 문화유산 중 종묘는 1995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유형 유산이고, 종묘제례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제일 먼저 등재된 왕조문화의 대표적 유산이다. 종묘는 조선왕조 역대 제왕과 왕비들의 혼을 모신 사당이다. 궁궐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라면 종묘는 죽음의 공간이자 영혼을 위한 공간으로 일종의 신전이다.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로마의 판테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찬란한 유산이라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서울은 궁궐의 도시이다. 조선500년의 수도였던 서울에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의 5개 궁궐이 있다. 세계 어느 역사도시에도 한 도성안에 법 궁이 5개나 있는 곳은 없다. 1997년 창덕궁이 우리나라에서 궁궐 가운데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으나, 서울의 5개궁궐이 한꺼번에 등재되어 서울이 5대 궁궐의 도시가 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동감한다. 그 동안 나는 궁궐하면 경복궁이 최고의 궁궐이라고 생각했으나 경복궁은 중국식의 의례적인 긴장감이 있다면 창덕궁은 편안한 한국식 공간으로 인간적 채취가 풍겨 일상 정무를 보고 기거하는 곳으로 삼았고, 왕조의 쇠망과 함께 비운을 겪은 공간이기도 하다는 것에 마음에 애잔함이 남는다. 나는 문화나 예술에 식견이 많지 않지만 서울이 궁궐의 도시라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제2의 도시인 부산이나 전국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조선왕조의 500년 역사가 살아 숨쉬는 궁궐을 볼 수 없기에 서울에 유일한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서울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궁궐을 즐기고 가꾸어 세계의 자랑거리로 위상을 드높여 나아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