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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세계문학전집 382)
5.0
  • 조회 399
  • 작성일 2022-11-03
  • 작성자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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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는 소설보다 삶 자체가 더 유명세를 탄 인물이 아닌가 싶다.
21살에 애인과 동반자살을 기도했으나 혼자 살아남았고,
또 다른 애인과 시도한 다섯 번째 자살 시도가 결국 성공하여 39살의 나이로 삶을 마감하였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삶을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첫 번째 창작집인데, 죽음을 각오했던 20대 초반의 작가가 유작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15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고뇌하는 청춘의 모습을 담은 '만년'은 음울하기 보다는 오히려 재치있고 발랄한 분위기로,
글쓰기를 통해 구원받을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숙명,
그리고 죽음을 각오했기에 역설적으로 삶 앞에 가장 성실한 인간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에 있는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들을 "고뇌하는 청춘문학" 이라고 평가하지만,
늘 죽음이 따라다녔던, 아니 짧은 인생내내 죽음을 쫓아다녔던 자전적 내용이 담겨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죽음을 늘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현재에 삶에 더 매진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러한 삶이 더 충실한 삶의 형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생각이었다. 올해 설날, 옷감을 한 필 받았다. 새해 선물이다.
천은 삼베였다. 회색 줄무늬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여름에 입는 옷이리라. 여름까지 살아있자고 생각했다.
- 「잎」 中

저는 이것을 읽고 나서 물고기가 되고 싶었습니다.
물고기가 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저를 구박하는 사람들을 마음껏 비웃어주자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이런 기획도, 실패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애초에 비웃어주자, 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어복기」 中

노인은 아니었다. 스물다섯을 넘겼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역시 노인이었다.
보통 사람의 일년 일년을, 이 노인은 넉넉히 세 배로 살았다.
두 번, 자살에 실패했다. 그 중 한번은 정사(情死)였다.
세 번, 유치장에 들어갔다. 사상범으로서였다.
끝내 한 편도 팔리지 않았으나, 백 편 넘게 소설을 썼다.
하지만 그건 모두 이 노인이 진정을 쏟은 소행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심심풀이였다.
(중략)
노인의 긴 생애에서 거짓이 아니었던 것은 태어난 것과 죽은 것, 두 가지였다.
- 「어복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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